한국정치의 의미 있는 도전

 

나경택/본지 논설고문 칭찬합시다운동 중앙회 회장
나경택/본지 논설고문
칭찬합시다운동 중앙회 회장

국민의 당이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안철수 의원이 지난해 12월 독자세력화를 선언하고 더불어 민주당을 탈당한 지 51일 만이다.

이로써 4·13 총선은 야권이 분열한 상태에서 새누리당과 대결하는 일여다야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상임공동대표로 선출된 안의원은 수락연설에서 “2016년 한국 정치의 판을 바꾸는 혁명을 시작한다.”며 “대한민국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기득권 양당체제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 당의 지향점은 ‘낡은 정치’의 종식과 ‘새 정치’의 건설이다. 안 대표는 “정치부패, 반목과 대립, 갑질과 막말, 당리당략, 기득권적 사고 등의 낡은 관행을 퇴출시키고 정치의 새로운 장을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제는 구호나 선언을 넘어 정치혁명의 실체를 보여줄 때다.

그러기 위해선 창당 과정의 실책부터 되짚을 필요가 있다.

국민의 당은 창당 선언 직후 적잖은 기대를 모으며 약진했다. 그러나 한상진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발언과 무차별적 의원 영입 등으로 정체성 논란을 빚으며 지지율 하락세를 겪고 있다.

창당 절차를 완료한 만큼 더 이상의 실수는 유권자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 당’이라는 사당 이미지를 걷어내는 일도 중요한 숙제다.

한국 정당사를 돌아보면 선거직전 유력 정치인 1인을 중심으로 생겨난 정당은 상당수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포말정당’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당내 민주주의를 하루빨리 정착시켜야 한다. 또한 이른바 ‘호남 자민련’으로는 지속가능한 정당을 기약하기 어렵다.

수도권을 비롯한 비 호남권으로도 지지기반을 넓히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더민주 탈당파에 기대는 대신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안 대표는 4·13 총선에 “저의 모든 것을 걸겠다.”고 말했다. 정당 지도자가 당면한 선거에서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선거 결과 차지할 의석수에만 매몰되다가는 창당 과정의 실수를 되풀이 할 수 있음을 알아야한다.

새 정치의 기치에 어울리는 새 인물을 발굴하고,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개발하는 노력이 우선이다.

한국 정치는 이념과 지역을 볼모로 삼아 증오와 배제의 양극단으로 달려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의 당이 무주공산과 다름없는 중원을 차지하는 제 3세력이 되어 꽉 막힌 정치에 돌파구를 열어주기를 기대한다. 대권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연 것도 ‘호남 중심당’에서 벗어나 충청권으로의 세 확장을 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국민의 당이 갈 길은 결코 순탄치 않다.

안 의원의 대통령선거 도전을 염두에 둔 ‘새 정치’를 표방하면서도 기성정치인 중심으로 세를 키우고 당을 이끌어 가야하는 상호 모순적인 과제 앞에 서 있다.

‘호남정치’에 응답하겠다고 나섰지만 지역정치는 극복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정강정책의 전문에 나온 대로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양 날개로 국민에게 안전한 삶 따뜻한 복지를 제공하는 민생정치를 추구’함 직한 새로운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보수와 진보의 틈 속에서 뚜렷한 정체성을 찾는다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념이 빠진 정체성은 자칫 공허할 수 있다. 새누리당과의 차별화는 이미 더민주당 만으로도 차고 넘친다. 결국 안 의원이 ‘낡은 진보’라고 규정했던 더민주당의 운동권식 정치와 어떻게 차별화하느냐를 생존전략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그것도 공허한 주의 주장이 아니라 국회에서의 법안 처리 같은 정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중도층과 무당층의 마음을 얻고 동시에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지지층까지 일부 끌어올 수 있다. 국민의 당이 선거 때면 나타났다 사라지는 또 하나의 신당이 되지 않으려면 이번 총선에서 다른 야당과의 통합이나 후보연대 없이 모든 선거구에 독자 후보를 내서 끝까지 경쟁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