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찬란한데 학생들은 이즈음부터 초조해진다. 중간고사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학생부, 종합전형, 논술전형, 특기자전형, 정시모집…, 복잡한 입시는 그렇다 치고 당장 학교 내신부터 잘 받아야 한다.
선생님들이 낸 함정문제를 어떻게 피해 나갈까, 아이들은 오늘도 머리를 싸맨다.
아침에 집을 나서며 고교생 딸이 “시험기간이 잠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4년 전 유니세프는 어린이가 가장 행복한 나라로 네덜란드를 꼽았다. 한 네덜란드 작가가 그 비밀을 여덟 가지로 풀었다. 요약하면 부모가 스트레스 없고 학업 부담 적으며 아이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학교에서는 숙제가 거의 없고 시험으로 아이를 몰아세우지 않는다. 관심 있는 분야가 있으면 학생이 스스로 탐구하도록 도와준다.
아침식사는 늘 가족이 함께 하는 문화가 있다. 그 점에선 유대인도 비슷하다.
가족이 둘러앉은 저녁식탁에서 아이들은 세대를 이어온 지혜를 배운다. 부모와 함께 정기적으로 식사하는 아이는 그렇지 않은 또래보다 삶의 만족도가 22% 높다고 한다.
만2세부터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한국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하루에 학원 몇 개를 뺑뺑이 도는 아이들은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에서 끼니를 때우고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학원스트레스를 호소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행복하냐”고 묻는 게 사치다.
OECD가 48개국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를 조사해 발표했다.
예상대로 한국은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 상위권에 핀란드, 네덜란드, 아이슬란드, 스위스가 자리 잡았다.
한국 학생 75%가 성적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반면 부모 자식 간 대화는 부족해 아이와 매일 대환한다고 답한 부모는 53.7%에 그쳤다.
“공부는 잘 하는데 행복하지 않은 나라”, OECD가 정의하는 한국 사회다.
올 초 미국에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들 네덜란드의 길”이란 책이 발간됐다.
2013년 발간된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들”과 짝을 이룬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들에서 한국 교육은 이렇게 묘사된다. “학생들은 하루 12시간 학교에서 지내며 한 편의 서사시 같은 일과를 보낸다. 한국 교육은 압력밥솥, 한국 학생들은 아동 철인 경기 출전자다.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의 미래가 밝을 리 없다.
대선판에 숱한 장밋빛 약속이 난무하는 데 시원한 해법은 들리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불행한 사회는 미래가 결코 밝을 수 없다. 청소년들이 불행한데 부모세대가 행복할 리도 만무하다. 이런 결과는 과도한 학습시간과 성적 스트레스가 주원인이었다.
한국 학생들의 정규 수업시간은 세계 1위이고, 사교육 등 방과 후 추가학습 역시 조사대상 22개국 중에서 가장 많았다.
책상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탓에 운동 시간은 세계 최하위였다.
많은 학습량 덕분에 한국 학생들의 성적은 수학 1-4위, 읽기 3-8위 등으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학생 10명 중 7명은 시험과 성적에 대한 중압감으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학생의 75%가 “학교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것에 대해 걱정한다.”고 답했고, 69%는 “시험 보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아 걱정된다.”고 응답했다.
그렇게 해서 대학에 진학해도 상당수는 마땅한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다시 초.중.고교생의 학습시간을 늘리고 사교육과 입시경쟁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적어도 노동 8시간, 수면 8시간 휴식 및 식사 8시간으로 하루 24시간이 배분돼야 하지만 학생들은 예외다.
주 5일 주당 40시간 노동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만 학생들은 1주일 내내 공부해야 한다.
부모와 대화 빈도나 기족 활동 등이 모두 OECD 평균을 크게 밑돌고 있다.
한국의 청소년 자살률이 세계 최고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청소년들은 지금 당장 행복할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