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0개 과제로 이뤄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5대 국정목표, 20대 국정전략, 100대 과제’는 권력기관 개혁부터 생활밀착형 정책까지 모든 분야에서 정부의 지향점이 포함됐다.
국정목표와 함께 일자리경제, 혁신창업국가, 인구절벽 해소,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등 ‘4대 복합 혁신과제’를 제시했다. 국정 100대 과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5년 동안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가겠다는 내용을 담은 대국민 선언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이미 상당수는 추진되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이 시작됐고, 탈(脫)원전 의지는 30% 공정이 진척된 원전의 중단으로 이어졌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기 위해 내년 최저임금이 7350원으로 역대 최고 인상 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정책과제의 중요성과 절박함만으로 그 성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재원이다. 지금의 세수 환경은 더 열악하다. 경제성장률은 2%대로 떨어지고, 세금 감면혜택 축소를 통한 세수 확대도 과거보다 좁다.
그에 반해 재정 투입 요인은 갈수록 늘고 있다. 정부는 5년 동안 100대 과제 이행을 위해 모두 178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와 과세기반 확대를 통해 82조6000억 원, 세출 절감을 통해 95조4000억 원을 조달해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구체적인 재정계획이 나오겠지만 가능한 일인지는 의문스럽다.
이전 정부도 해왔던 방식이고 그 효과도 확신하기 어렵다.
재원 없는 국정과제 실현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이나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분석하고 고려해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비정규직 문제도 올해 공공부문 기간제 근로자 19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일자리 양극화를 해소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국민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원전 문제도 문 대통령이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했지만 국가 미래의 에너지 대책을 비전문가인 시민배심원단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것은 정부의 자세는 아닐 것이다.
최저임금 역시 많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이런 부작용과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임기 내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과욕을 버리고 개혁의 초석만이라도 단단히 다지겠다는 자세로 하나하나 풀어 나가야 한다. 그것만이 진정한 개혁의 결실을 거둘 수 있다. 5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우리 사회의 모든 병폐를 모조리 개혁하는 건 불가능하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00대 국정과제 실현을 위해 모두 465건의 법률 제·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야당과의 협치는 더욱 중요해졌다. 특히 여소야대 현실에서 야당과 대립각을 세워서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입법하거나 예산을 집행하기가 어렵다.
국정의 또 다른 축인 야당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지혜와 전략이 뒷받침 돼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100대 국정과제 보고대회에서 “국민이 주인으로 대접받는 국민의 나라, 모든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일소하고 차별과 격차를 해소하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의 실천 의지이다.
예산 확보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정부의 약속이 공약(空約)이 돼서 국민에게 허망함과 상실감만 안겨줘서는 안 된다.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국정 운영을 통해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