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어처구니 없는 사태

나 경 택
칭찬합시다중앙회 총재
본지 논설고문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문 앞에는 화환이 300여 개 늘어서 있다.

교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1학년 담임교사를 추모하는 화환들이다.

서울 양천구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담임교사가 자기가 맡은 반의 남학생에게 욕설과 함께 전치 3주의 폭행을 당해 병가를 낸 상태다.

가장 안전한 곳이어야 할 초등학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18일 숨진 채 발견된 서초구 교사는 향년 24세로 지난해 3월 임용된 새내기 교사였다.

경찰이 극단적 선택의 배경을 수사 중인 가운데 동료 교사들 사이에서는 학교 폭력 사건으로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1학년 담임은 어린 자녀를 처음 학교에 보내놓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학부모의 민원이 많아 교사들 사이에서는 기피 대상이라고 한다.

고학년 담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요즘 아이들은 빨리 자라기 때문에 성인만 한 덩치로 달려들면 이겨내기 어렵다.

양천구 교사는 3월에도 맡은 학생에게 폭행당해 “또 때리면 고소한다”고 했지만, 재차 폭행을 당했다.

코로나로 줄어들었던 교권 침해 사례가 대면 수업 재개로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폭행을 당한 교사가 2018년 172명에서 지난해는 361명으로 급증했다.

한국교총의 지난해 교권 침해 상담 건수도 520건으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5월 스승의 날에는 교사의 87%가 사직을 고민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선호 직업이던 교사가 힘들고 어려워 다들 기피하는 “3D업종”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사기가 떨어진 교사들로 충실한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부당한 대우에 속수무책임 교사를 보며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나?

교사들의 정당한 교육 활동과 생활 지도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요즘은 학생들 간 다툼이나 학부모와 교사의 분쟁이 법정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학내 갈등을 학교 스스로 해결하는 군유와 역량을 상실한 근원에 대해서는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 모두 함께 성찰할 필요가 있다.

신임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서 한 국회의원을 제공한 책임자로 몰고 갔던 인터넷 글이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로 판명 났다. 사건 발생 후 처음 올라온 인터넷 글들은 “학부모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같은 막연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얼마 후 대현 네이버 맘 카페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긴 글이 올라왔다.

“교사가 학부모에게 시달리다 교육청에 불려갔다 온 다음 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해당 반 담임이 1학기에만 두 번 교체됐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더 나아가 “학부모 가족이 서초동 00 아파트 사는 3선 국회의원이라고 한다” “중견 의원 손녀가 되다 보니 교육청에서 알아서 기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누리꾼들이 분노하자 친야 유튜버 김어준 씨가 올라탔다. 김 씨는 “국민의 힘 3선 의원으로 알고 있는데 전혀 보도가 없다. 곧 실명이 나올 것이고 대단한 파장이 있을 사안”이라고 예고했다.

인터넷에선 곧바로 국민의 힘 한기호 의원이란 소문이 퍼졌다. 한기호 의원은 “내 손자 손녀는 서이초에 다니지 않는다”고 공개 반박했다. 경찰 조사에서도 해당 학교에 정치인 자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관련 글은 이미 3만 명 이상이 읽은 뒤 다른 사람들에게 급속도로 전파된 뒤였다.

이번 일은 한국에서 가짜뉴스가 얼마나 무책임하게 만들어지고 번져나가는지를 보여준다.

극단적 선택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면 갑질, 강남, 정치인 등 민감한 요소들을 교묘히 엮어 인터넷에 올린다. 누리꾼들이 몰려들어 글을 퍼 나르면서 조회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장난삼아 벌인 일로 아무 관련 없는 정치인은 돌이킬 수 없게 명예가 훼손됐고 우리 사회는 불필요한 혼란과 갈등을 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