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이미 다문화사회, 걸맞는 다문화 교육 필요”

2022년 기준 한국 사회에 거주하는 이주민은 220만명, 다문화가정 학생 수는 17만명에 달한다.

다문화 사회가 미래가 아닌 현재가 된 현 시점, 이데일리는 2006년 설립돼 오랫동안 다문화 지원사업을 벌여온 평택대학교 다문화교육원 유진이 원장과 서면 인터뷰를 갖고 다문화 사회와 관련한 미래 전망을 살펴봤다.

◇이주민 청소년 교육 수요 많은 평택 일대2006년 설립돼 지난 17년 동안 지역에서 다문화 지원사업을 벌여온 평택대학교 다문화교육원은 올해 8월 다문화가족센터에서 다문화교육원으로 확대 개편했다.

다문화교육원은 법무부의 사회통합프로그램, 교육부의 다문화·탈북학생 멘토링, 여성가족부의 레인보우스쿨 등을 중점적으로 운영해 왔고, 올해부터는 경기도교육청의 위탁형 대안학교와 예비학교 운영도 시작했다.

유진이 원장(평택대학교 아동청소년교육상담학과 교수)은 2006년 다문화 복지전문 인력양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학교 특성화사업 TF팀에 합류하면서 다문화 청소년 지원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평택은 이주민 노동자들의 유입이 많은 곳으로, 유 원장에 따르면 평택 뿐 아니라 인근 지역의 다문화청소년들도 교육원을 이용하는 등 서비스 수요가 크다.

유 원장은 “다문화교육원에는 평택 이외에도 천안, 안성, 오산, 용인 등지에서 다문화청소년들이 찾아와 이용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중도입국청소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주배경 청소년들의 경우 국내 출신과 아동청소년기에 외국인 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중도입국청소년의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유 원장은 특히 중도입국청소년의 경우 “국적이 외국인인 상태로 국내 입국하기 때문에 통계에 잡히지도 않고 있다”며 “교육원에서 그동안 많은 중도입국청소년들을 교육했던 경험에 의하면 정부에서 발표되는 수인 3만여명의 10배~50배는 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 “17년 사업의 최대 성취는 대학생-다문화청소년 멘토링 사업”유 원장은 17년 차에 접어든 교육원 활동 중 기억에 남는 사업으로 캄보디아 모국 방문 프로그램을 떠올렸다. 유 원장은 “다문화아동청소년들이 부모의 나라에 방문하여 새로운 문화경험과 함께 부모와의 관계도 개선되고 아이들이 정체성과 자신감을 회복하는 감동적인 행사였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유 원장은 무엇보다 2012년부터 시작한 ‘다문화학생 멘토링 장학사업’을 교육원의 최대 성취로 꼽았다. 해당 사업은 평택대 학생들을 훈련시켜 다문화 가정 자녀들에게 1대1 멘토링 활동을 하게 하고 장학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유 원장은 ”대학생들이 1년간의 멘토-멘티활동을 통해 멘티인 다문화학생들의 학습능력 향상은 물론 자신감과 사회성에도 도움을 주어 역량이 개발되는 변화를 보면서, 대학생들의 멘토링활동에 대한 성취감은 물론이고 다문화감수성, 다문화인식개선이 이루어졌던 일“이라고 자평했다.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의 학습 발달은 물론 국내 대학생들의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선순환의 과정이었다는 설명이다. 유 원장은 이같은 상호효과를 낳는 교육들이 “진정한 다문화사회에 필요한 다문화교육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도 밝혔다.

유 원장은 다문화 대안학교 역시 중요한 성과로 짚었다. 그는 “교육원은 그동안 중도입국청소년들의 한국어 실력 향상 및 사회성 함양 등을 기르기 위한 대안교육기관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왔다”며 “일반 학교에 적응이 어려운 중도입국청소년에게 한국어 및 한국문화를 학습하고, 학력이 없는 청소년들에게는 예비학교를 다니게끔 하여 일반 학교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관련 통계도 부족한 실정으로 소개된 중도입국청소년의 경우 국내 출신보다 성인기 사회 적응에 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관련 연구를 통해 드러나고 있어 교육 지원 필요성도 큰 것으로 평가된다. 유 원장은 “향후에는 인가형 대안학교를 대학 안에 설립해 다문화교육원 부설 대안학교를 통해서 학력을 인정받고, 상급학교로 진학하거나 취업할 수 있도록 전문 다문화대안학교의 모델을 구축해 운영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이미 다문화 사회인데, 이민 정책은 제자리”유 원장은 저출산과 인구 감소 추세에 있는 한국 사회 미래에 대한 부정적 전망과 관련해서는 “체류 외국인을 통해서 해결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구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등 경제적 영향에 대한 대안으로 이주민 집단과 관련된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유 원장은 이주 인구가 사회구성원으로 역할을 하게 되면 노동력 확보 등 경제적 누수를 막을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다문화교육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는 업무에 숙련되면 비자 만기로 귀국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제도교육도 부족하다 보니 관련 제도를 몰라 피해를 보고 한국에 대한 불만을 가진 채로 귀국하는 사례들도 발생하고 있다”며 이주 인구를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대책이 미래 사회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 원장은 “우수한 인재들이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이민자 또는 그의 자녀들을 위한 체계적인 다문화 지원 체제가 자리매김하였으면 한다”며 “선주민인 우리들의 다문화 인식이 개선되어 더불어 사는 이웃으로의 인식이 강화되기를 바란다”고도 희망했다. 그러면서 유 원장은 다문화 교육에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것 뿐만 아니라 “선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포함됨을 강조했다.

유 원장은 “2022년 기준 체류외국인이 220만명을 넘기면서 한국은 이미 다문화사회라고 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민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정부 환경은 교육원이 처음 개소할 때인 2006년과 별 차이가 없다고 느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이주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반해 정부의 정책적 대응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법무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다양한 중앙부처에서 이민자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종합적인 컨트롤타워 없이 각 부처의 사업만 진행하다 보니 정책의 내용 및 대상이 중복되거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는 각 지역의 비영리기관에서 해결해 나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책적 공배을 메우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주문했다.

유 원장은 “다문화사회는 기존의 선주민들이 향후 이주해오는 다문화인들과 융합을 이루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며 다문화 사회의 진전이 선주민, 이주민의 상호 작용 속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