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월호 참사 1주기에 즈음하여 시위 현장에서 국기를 불사른 통탄스러운 사태가 발생하였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그 영상과 뉴스를 보고 참으로 가슴 아팠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우리 모두에게 국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게 하였다.
국기는 나라의 상징이며 민족의 역사와 전통, 이상이 담겨있는 숭고한 표지이며 국민의 일체감을 갖게 하는 구심체이며, 그 기에는 국민의 사랑과 존엄성이 응축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국기인 태극기는 13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현행 태극기는 1949년 10월 15일 ‘문교부 고시 제2호’의 반포로 규격이 통일된 ‘시정(是正)태극기’를 사용해 오고 있다. 정부에서는 국기에 관한 제 규정을 만들어 국기교육을 하여왔다. 1984년에는 대통령령으로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을 만들었으나 이는 법률로서의 위상을 갖지 못한 것이었다. 즉, 이 대통령령은 선진 외국의 여러 나라가 국기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헌법에 명문화하거나 단일 법률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법제화되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기가 갖는 의미와 중요성, 존엄성에 비추어 볼 때, 국기를 사랑하고 존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국기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법제화하여야 한다는 각계의 여망에 따라 2007년‘대한민국 국기법’을 제정 시행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국기에 관한 규정이 입법화 되고 수권법률로서의 위상을 갖게 되었다. 이것은 국민의 자긍심과 국기에 대한 의식을 제고시키고 국기의 위상을 고양하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우리 국기인 태극기는 민족의 역사와 영욕을 함께 하여왔다.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계승하였으며,항일민족운동과 6.25전쟁 속에서도 국난을 극복하는 국민의 구심체로서 우리의 자랑이요 힘이 되었다. 또한 민주화 과정에서는 정신적 지주가 되기도 하였다.
정부는 국기를 사랑하고 존엄성을 높이기 위하여 국기를 모독하고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형법 중 국기에 관련 벌칙을 규정하고 있다.
국기에 관한 죄는 형법(제2편 제3장)제105조에 대한민국을 훼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國章)을 훼손·제거 또는 모욕하는 자에게는 징역이나 자격정지 또는 벌금에 처하도록 하였고, 제106조에도 전조의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비기한 자는 징역이나 자격정지 또는 벌금에 처하도록 하였다. 국교에 관한 죄(제2편 제4장)제109조에는 외국을 훼욕할 목적으로 그 나라의 공용에 공하는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제거 또는 오욕한 자는 징역·금고 또는 벌금에 처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국기 관련 벌칙 규정에 위배되는 경우에는 누구라도 처벌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법원에서는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한(종교상의 이유) 학생에 대한 제적처분(1976. 4)이나 여중생 추모 촛불집회(미군 장갑차에 치어 숨진 사실)때 모형 성조기를 불태운 혐의로 기소되어 유죄 판결을 내린 사례(2004. 11) 등은 국기에 대한 벌칙 규정을 적용한 판례이다.
국기에 대한 존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국기법’ 제11조에 국기 또는 국기문양(태극과 4괘)은 각종 물품과 의식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되, 깃면에 구멍을 내거나 절단하는 등 훼손하여 사용하는 경우와 국민에게 혐오감을 주는 방법 등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그 활용을 제한하고 있다.
이상에서 보았을 때 최근 국기를 불사른 시위대의 행위는 국기 모독, 훼손에 해당하는 국기에 관한 죄를 범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것은 국기에 관한 벌칙규정을 위반한 범법행위에 해당한다.
태극기를 불사른 사람은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닌지 묻고 싶다.
시위 중에 감정을 억제할 수 없어 순간적인 잘못을 하였더라도 이는 국기 모독죄에 해당되며, 태극기를 불사르는 행위는 우리의 국민감정을 사게 할 뿐만 아니라 용납될 수 없는 범죄행위인 것이다. 금후 이러한 국기 범법행위가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는 태극기의 정체성에 대하여 바르게 이해하여야 한다.
예로부터 우리의 조상들이 생활 속에서 사용해온 태극문양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태극기는 우주와 더불어 끝없이 창조와 번영을 희구하는 한민족의 이상이 담겨있다. 우리는 태극기에 담긴 뜻과 정신을 바르게 알고 이를 이어받아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이룩하고, 인류의 평화증진에 이바지하도록 하여야 한다. 우리 모두 국기에 대한 예절을 바르게 지키고 국기에 대한 존엄성을 더욱 높이도록 하여야 한다.
국기의 존엄성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침이 없다.
우리는 나라있는 곳에 국기 있고, 국기 있는 곳에 나라사랑이 있음을 명심하여야 한다. 우리 모두 국기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나라 발전에 이바지하기를 기대한다.
송춘영 대구교육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