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에서 시·군·구청 업무 효율적…주민자치 성공 위해 주민 재량권 늘려야
“구청에 가려면 꼭 차를 타고 가야해서 불편했는데, ‘대동제’ 시행으로 관청이 주민들 곁에 바짝 다가올 것 같아요. 걸어다닐 수 있는 반경 안에서 구청 업무를 좀 더 신속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현장행정이 주민들 중심으로 변화된다는 점이 매우 바람직해 보여요.”
부천시 소사구에 사는 임창선(55세, 송내2동) 씨는 최근 2개 이상의 읍면동을 묶어 큰 동, 이른바 대동을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이 같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성곡동 참여예산 위원들이 주민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 홍보 활동에 나서고 있다. |
행정자치부는 지방행정조직 개편을 위한 ‘책임읍면동’ 제도의 1차 시범운영 도시로 시흥시, 군포시, 원주시를 선정한 바 있다. 지난 5월 13일에는 책임읍면동 제1호 개청식이 경기도 시흥시 대야·신천 대동에서 열렸다. 책임읍면동이란 읍면동장이 권한과 책임을 갖고, 읍·면·행정동이 수행하던 기존 사무에 추가로 시청 또는 구청에서 수행하던 사무를 부여하는 제도이다.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부천시도 책임읍면동 시범도시로 선정돼 내년 1월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부천시에서는 소사구 9개 동 중 3개 동을 대동으로 재편하고, 나머지 6개 동은 일반동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구청에서 담당하던 기능 중 지역 맞춤형 사업 및 주민 생활과 밀접한 기능은 대동에서 수행하고, 일반동은 기존 업무를 그대로 수행한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시청을 방문할 필요 없이 대동에서 대부분 업무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부천시는 대동 전환으로 여유가 생기는 소사구 청사를 문화·복지 시설로 전환해 주민들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또 주민의 행정 접근성 및 참여 기회를 확대해 생활자치가 실생활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선도할 예정이다.
‘책임읍면동’ 제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부천시 홍보실 김태산실장(오른쪽) |
책임읍면동 제도는 주민 편의를 향상시킴과 동시에 주민자치에 대한 책임감도 함께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책임읍면동제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필자는 성곡동 주민자치센터 참여예산 위원으로 지난 3년간 활동하면서 그 가능성을 미리 점쳐볼 수 있었다.
참여예산 위원들과 함께 거주하는 동네를 구석구석을 살피며 주민 편의를 위해서 시정해야 할 부분들을 일일이 체크해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가며 주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해왔다. 마을의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유도하고자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주·야간으로 회의 시간을 변경해가며 동참을 유도하기도 했다.
3년 전에는 부천시에서 ‘성곡동 마을가꾸기’ 예산을 지원받아 마을 주변에 둘레길을 조성하면서 장애인들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경사로를 신설하고, 학생들의 통학로를 육교와 연결해주는 사업을 펼쳐 주민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기도 했다. 주민 참여를 위한 홍보 캠페인에도 적극 앞장서 행복한 마을 만들기 공모에서 우수 동으로 선정되는 기쁨도 맛보았다.
행복한 마을 만들기에 앞장서는 성곡동 주민들 |
성곡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도 주민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중고생 30여 명을 모집해 베르네천 살리기 청소년 환경기획단을 운영하는 한편, 환경 수업과 쓰레기 줍기, 베르네천 정화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또 ‘내 고장 바로알기’ 역사 수업, ‘나의 체력을 찾자’라는 주제로 농구, 단체줄넘기, 미니체육대회 등 체력 단련 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중앙공원 차 없는 거리에서는 매월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최하고, 방학기간에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도 한다.
아름다운 마을을 가꾸기 위해 거리에 화단을 만들어 꽃을 심고 있는 모습. |
이렇듯 생활자치가 튼튼히 뿌리내리고 있는 부천시인 만큼 앞으로 시행될 책임읍면동제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내는 한편, 바라는 점도 많아 보였다.
성곡동 주민자치위원회 박운규 부위원장은 “마을 발전을 위해서는 주민들에게 예산의 재량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우리가 살고있는 마을에 관심을 갖고 동참하다보면 어떤 점이 필요한지는 누구보다 주민들이 더 잘 알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적절한 예산 분배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주민들 스스로가 결정권을 갖게 되면 더 큰 책임감과 애향심이 생길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주민 편의를 위한 행정 재량권과 주민자치위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예산 지원도 늘렸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마을 주변 청소를 실시하며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성곡동 주민들 |
정재근 행정자치부 차관은 “지금까지 주민들이 행정 서비스를 받을 때 읍면동과 일반 구, 시 본청을 차례로 방문해야 했는데 이제는 대동에서 한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 복지서비스의 경우 대읍·대동에서 복지 신청·조사·결정·지급이 모두 이뤄져 주민생활 편익이 크게 증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책임읍면동제는 ‘생활자치’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룰 새로운 자치 모델이자, 공유와 협력을 철학으로 하는 정부 3.0의 구현을 위한 중요한 구심점이 될 것이다. 이 제도를 통해 주민이 지방자치의 주체로서 지역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평가하는 실질적인 생활자치의 여건이 조성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