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무너진 가족 울타리”


지금의 중장년 세대 ,베이비부머 세대와 그 이후의 40대 후반까지, 그들에게 늙은 부모를 어떻게 모실 것인가 물어 본다면 그래도 상당수는 , “형편이 되는 대로…” 라고 대답했다. 이미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눈앞에 둔 그들은 그 이후의 노후 삶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어서 정말 봉양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상실돼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마음의 한 쪽 구석에 불편한 부채 의식은 강하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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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들 중장년들이 자신들의 노후에 대해서 자식들이 비록 봉양까지는 아니라도 마음만이라도 부모 자식 간의 연결 고리가 있을 까 하는 기대는 이제 서서히 접어야 할 것 같다. 서글픈 일이긴 하지만 노후를 자식에게 의존하겠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6년 사회조사통계>에 따르면 부모 생활비를 부모 스스로 해결한다는 비율은 52.6%로 2010년 48%에 비해 4.6%포인트 올라갔다. 부모의 생활비를 자녀가 제공하는 비율도 올해 47.4%로 점점 감소하고 있다. 2014년도를 기준으로 부모 스스로 해결하는 가정이 자녀 도움을 받는 가정과 역전됐다. 말이 부모 스스로 해결한다는 것이지 사실상 자녀들의 지원은 없다는 것이다. 자녀가 부모 생활비를 제공하는 경우에도 장남의 의무라는 생각은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모든 자녀가 함께 생활비를 주는 경우가 27.5%로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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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해 질 것이라는 예측은 부모의 생활비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도 함께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11%에서 올해 2016년 18.6%에 이른다. 부모의 노후 생계는 가족과 정부 사회가 함께 돌봐야 한다는 대답이 45.5%로 가장 많고 다음이 가족 책임이라는 것이 30%에 머물렀다. 이 통계에는 전체 연령대가 골고루 참여했는데 만약에 젊은 층들만 따로 통계를 낸다면 그 비율은 훨씬 심화 될 것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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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이 한국 성인 남녀 3000명을 조사한 보고서에서도 부모의 노후를 가족이 돌봐야 한다는 대답이 2002년 70.2%에서 2014년 31.7%로 급감했다. 자녀가 부모에 대한 마음의 빚이 날이 갈수록 가벼워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국가와 정부가 개개인의 노후의 삶을 얼마나 살피고 지원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선진 복지국가의 척도라고 할 수 있다 . 그런 의미에서 부모의 노후에 대해 국가나 정부의 책임이 더욱 커져야 한다는 요구는 일견 당연해 보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부모의 노후 생활을 국가나 정부에 의존하는 현상을 당연한 공적영역에 대한 확대 요구로 받아 들여야지 경로사상과 가족 공동체가 무너진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 노후의 삶을 들여다 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노후 일자리는 열악하고 공적지원도 부실하다. 65세 이상 고령자들의 삶을 들여다 본 또 다른 통계는 우리나라 노인의 절반이 빈곤층으로 전락했으며, 그나마 공적 연금을 받는 사람도 40% 정도에 머물고 그 중 절반 이상의 수령액은 월 10만원에서 25만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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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민법 974조에 직계 혈족은 서로 부양 의무가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는 부모를 의도적으로 방치할 경우에 동원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의무에 불과하지 부모 봉양 문제를 보편적으로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우리나라 중 장년층은 자식들을 키우면서 천문학적인 사교육비 부담과 자녀 결혼 등으로 인한 지출로 사실상 빈털터리에 가깝다 . 가까스로 집 한 채를 자기 이름으로 지켰다고 하더라도 담보로 잡힌 대출로 사실상 주인은 은행에 가깝다. 복지시스템 정비가 아직은 요원한 상태에서 가족의 울타리마저 무너지면서 노후의 삶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