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다 두려운 치매, 치료 가능한가요?

[나이들수록 알아야 할 약 이야기] ④ 치매

약물 치료, 반드시 정확한 진단 후 시작해야…보호자가 복용 주기적으로 확인

 

100세 시대다. 누구나 무병장수를 꿈꾸지만 현실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각종 질환을 극복해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먹는 약의 종류가 늘어나면서 궁금증도 많아지는데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확한 답을 찾기란 오히려 쉽지 않다.

약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올바른 복용법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이에 식약처가 ‘나이들수록 알아야 할 약이야기’를 제목으로 관련 내용들을 정리했다. 고혈압, 고지혈증, 관절염 등 어르신들이 잘 걸리기 쉬운 질환의 올바른 정보와 복용법을 정책브리핑이 공유한다.

----
 

암보다 두려운 질환, 치매

나이 듦은 충실하게 인생 여정을 걸어왔다는 자랑스러운 결과지만 나이 들면서 찾아오기 쉬운 치매는 자신은 물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큰 복병이다.

한 언론사가 우리나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나이가 들수록 암보다 치매를 더욱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는 정상적으로 생활해오던 사람이 후천적으로 다양한 원인에 의해 기억, 언어, 판단력 등의 인지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이 나타난 상태이다.

치매는 다양한 증상을 보일 수 있지 만 크게 시간, 계절 등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언어장애, 자동차 운전을 못하게 되거나, 가스레인지 사 용법을 잊어버리는 등의 형태로도 나타난다. 망상이나 환각, 우울증 및 성격변화 등의 정신행동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치매의 종류

치매는 뇌 부위에 있는 많은 신경세포들이 줄어들고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축적돼 나타나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뇌혈관들이 막히거나 좁아진 것이 원인에 되어 뇌세포의 손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혈관성 치매가 있다. 약물, 알코올, 우울증, 감염성 뇌질환, 갑상선 질환 등 대사성 질환 및 두부외상 등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전체 치매환자의 약 70%이고 아주 가벼운 기억장애로 시작해서 언어장애, 인지장애, 판단장애 등을 보이게 된다. 혈관성 치매는 인지능력이나 정신능력이 조금 나빠졌다가 그 수준을 유지하고 또 갑자기 조금 나빠졌다가 그 수준을 유지하는 단계적 양상을 보이며 치매환자의 약 20%를 차지한다. 반면 알코올성 치매는 균형을 잡는 소뇌에 먼저 영향을 주며 건강한 음주습관으로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치매 vs 건망증

‘차 문은 잠갔나’, ‘반지는 어디에 두었지’ 등 무엇인가를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면 치매가 아닐까 걱정하게 된다. 보통의 어른들에게서 나타나는 기억력 감소는 자연적인 노화 현상으로 경험의 일부를 잊어버리고 자신이 잊어버린 사실을 스스로 안다. 또한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다. 반면, 치매환자의 경우 뇌의 손상이 원인이므로 경험한 것의 전체를 잊어버리고 이를 스스로 깨닫지 못하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

주말 저녁 7시에 식사약속을 했는데 저녁 몇 시에 식사약속이 었는지를 잊었다면 건망증일 가능성이 높고 식사약속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치매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또 기억력 감소는 다시 시간이 지나거나 힌트 등을 통해 그 사건이나 경험이 생각이 날 수 있지만 치매의 경우 일반적으로 그 사건이 다시 기억나지 않으며 기억력의 문제뿐만 아니라 언어장애, 지남력(시간·장소나 사람에 대한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 등 다른 인지기능의 장애를 동반한다.

치매는 한번 발생하면 치료할 수 없는 것일까?

치매는 주로 뇌의 퇴행성 변화에 의해 초래되므로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치매의 10% 정도는 치료 가능하다. 노인 우울증, 뇌의 경막을 통과하는 정맥손상에 의해 나타나는 경막하 출혈, 비타민 B12의 결핍 등으로 인해 생기는 결핍성 질환, 알코올 등에 의해 발생한 치매는 치료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의 치료를 놓치면 뇌가 구조적으로 변해버리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
 

지금까지 나온 치매 치료제는 무엇일까?

현재까지 허가된 치매 치료제는 원인을 ‘치료’하는 약물이라기보다는 치매의 인지기능을 완화시켜주는 약물로 주로 알츠하이머 치매에 사용되는 약물이다. 국내에 허가된 성분은 아세틸콜린분해 효소억제제인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과 NMDA(N-methyl-D-aspartate) 수용체 길항제인 메만틴이 있으며 이중 도네페질은 혈관성 치매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돼 있다.

치매환자의 경우 뇌세포 파괴로 뇌신경 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라는 물질이 감소하게 되는데 아세틸콜린분해효소 억제제는 이들 물질이 분해되는 것을 막아주는 작용을 한다. 한편, NMDA 수용체 길항제는 글루타메이트가 작용하는 NMDA수용체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 되는 것을 막아 뇌의 학습 및 기억능력을 증진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렇게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약물치료와 우울, 불안, 환각, 망상 등의 정신 행동 증상에 대한 치료 및 기억재활 등의 인지기능 개선을 위한 비약물치료를 함께하면 치매가 심각한 상태로 진행하는 것을 늦출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약물에 의한 치매의 치료는 반드시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 경험이 충분한 의사에 의해 시작해야 하며 보호자가 환자의 약물복용을 주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사용해야 한다.

한 가지 약물을 사용해서 효과가 없거나 반응이 감소할 때 또는 심한 부작용을 나타낼 때 다른 약물로 전환하게 된다. 이들 약물들은 구역, 구토, 설사 등의 위장관계 부작용을 나타내므로 처음 투여 시 최저 용량에서 점차적으로 증량하여 권장 유효용량을 유지해야 한다.

나와 가족까지 황폐화시키는 치매는 예방할 수 없을까?

전문가들은 건강한 식사, 적절한 신체활동 및 인지기능활동과 사회활동을 치매 예방의 주요한 요소로 꼽는다. 즉 오메가 3등의 좋은 지방이나 비타민 섭취 및 항산화 식품 등의 식사를 하는 것이 좋으며 지나친 알코올 섭취나 흡연은 피하는 것이 좋다.

---
 

또 조깅, 산책 및 집안일 등을 통해 신체활동과 자원봉사 등 타인과 함께 하는 사회활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혈관성 치매의 원인이 되는 고혈압이나 당뇨 등 심혈관 질환이 있는 경우 적절히 치료하여 그 위험인자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치매센터에서는 치매예방 캠페인으로 어른들을 위해 ‘3권·3금·3행’의 치매 예방수칙을 제시하고 있다. 권하는 3가지로는 운동(일주일에 3번이상 걷기), 건강한 식사(생선과 채소 등), 독서(부지런히 읽고 쓰기)이며 3가지 금할 것은 절주(술은 한번에 3잔보다 적게 마시기), 금연, 뇌손상예방이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챙겨야 할 3가지로는 건강검진(혈압·혈당·콜레스테롤 3가지를 정기적으로 체크 하기)과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 소통하기, 정기적으로 치매조기 검진을 받는 것이다. 즉, 치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보다는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지고 정기적으로 진단하고 필요시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치매의 악화를 막는 것이 필수적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