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자년(庚子年)는 흰쥐의 해다. 다산·재물·지혜를 상장하는 ‘흰 쥐의 해’를 맞아 풍요와 희망으로 가득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새해를 맞은 국민 모두가 희망에 부풀어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안보와 경제·사회·정치 등 어느 하나도 순탄하게 보이지 않는 비감한 상황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문제는 정치다. 정치적 안정 없는 경제성장은 쉽지 않다.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 갈등이나 저출산 고령화 문제 등 악재는 여전하다.
지난 2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상생도약을 위해 새해에는 더욱 확실한 변화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또한 “권력기관 개혁과 공정사회 개혁이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성장의 파이를 키우지 않으면 문 대통령이 내세우는 ‘함께 잘 사는 나라’는 실현될 수 없다. 경제단체장들은 신년사에서 우리 경제 상황이 새해에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경제의 발목을 잡는 정치를 지탄했다.
소득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면 사람들의 삶도 안정되게 마련이다. 소득 주도든 성장 주도든 잘살기만 하면 된다. 올해 실물경제도 기대보다 우려가 큰 게 사실이다. 규제 완화로 기업의 활력을 제고하고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협업을 통해 경제 생태계를 건실하게 만들어 가야 한다. 특히 올해는 국민은 물론 정부, 기업 모두가 돌돌 뭉쳐 하나가 돼 어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풍요와 번영의 시대를 구가하기 위해서는 평화가 전제돼야 한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자신의 편이 돼 달라고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은 북한의 핵 위협이다. 북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일본 등 우방국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일본과도 강제징용 배상 등 과거사를 둘러싸고 생긴 갈등의 골이 메워지지 않고 있다. 단절된 남북 당국 간 협의도 재개할 만한 발상을 내놓아야 한다.
우리 사회는 이념과 세대, 계층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은 적으로 간주한다. 협치의 정치를 복원해 이념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올해에는 이념과 세대를 아우르는 국민 대통합의 시대가 열려야 한다. 안보와 경제·사회 등 모든 영역이 벼랑 끝으로 가고 있다. 이제라도 대한민국의 좌표를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 이념의 굴레를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국정 전반에 실용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오는 4·15 총선을 통해 지역·국가를 위해 일할 참된 일꾼을 제대로 뽑아야한다. 경제성장과 사회정의의 발목을 잡는 정치를 제대로 심판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면면을 살펴, 옥석을 가려내야 할 것이다. 유권자의 잘못된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깨닫고 새로운 각오로 임해야 한다. 이전투구의 정치판에 발목이 잡혀서는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기 어렵다.
정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곳곳에 절망과 회한이 있더라도 이를 희망으로 바꾸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희망은 긍정과 낙관을 먹고 자란다. 국민과 정부, 기업이 힘을 합쳐 하나가 된다면 어떤 난관도 돌파할 수 있다. 2020년은 새로운 10년의 중대한 출발점이다. 흰쥐의 기운이 나라와 가정에 깃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