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돌을 맞은 5.18 민주화운동(이하 5.18) 기념식이 광주 5.18 민주화 광장에서 열렸다.
5.18은 1980년 신군부의 쿠데타에 맞서 온몸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광주 시민들의 비폭력 평화운동이다.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기록될 소중한 유산이다.
신군부는 학생 시민들의 평화시위를 군대를 투입해 무자비하게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사망, 부상, 행방불명 등 7200여 명이 희생됐다.
지금까지도 상처가 치유되지 않고 있는 비극적 사건이다. 공권력에 의해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됐다는 점에서 한국 현대사의 오점이기도 하다. 5.18 희생자들은 한때 폭도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으나 1995년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됐고 이 법에 따라 12.12쿠데타 주역들이 처벌됐다.
1997년엔 국가 기념일로 지정됐고, 2001년 5.18 민주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유공자 예우를 받게 됐다.
하지만 온전한 진상 규명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초의 발포 명령 책임자, 인권유린과 암매장 의혹 헬기 소총 사격의 경위와 진상 등이 여전히 베일에 가려있다.
다행히 지난해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특별법이 통과돼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첫걸음을 뗀 게 그나마 수확이라 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진실이 하나씩 세상에 드러날수록 마음속 응어리가 하나씩 풀리고 우리는 그만큼 더 용서와 화해의 길로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라도 용기를 내 진실을 고백한다면 오히려 용서와 화해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진상 규명 의지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다짐대로 진실규명은 더 미룰 수 없는 중대한 과제다.
이번에야말로 한 점 의혹 없이 진실을 밝혀 숭고한 희생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게 남은 자들에게 부여된 역사적 책무다. 더불어 분열과 갈등을 넘어 국민 통합의 전기를 마련하는 데도 매진해야 한다. 그동안 5.18을 둘러싼 진영 간 여야 간 대결과 일부 극우 인사들의 망언이 정쟁과 분열의 불씨가 됐었다. 성난 일부 광주 시민들은 야당 대표를 향해 물세례를 퍼붓는 등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기념식은 달랐다. 망언도 야유도 몸싸움도 없이 평화롭게 진행됐다.
주호영 원내대표 등 미래통합당 지도부의 고개 사과를 광주 시민들이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보았다.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다.
앞서 주 원내대표는 “당 일각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모욕하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있었다”라며, “5.18 희생자와 유가족 국민께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라고 공개로 사과했다.
늦었지만 적절했다. 기념식엔 민주당 지도부와 국회의원 당선인 177명 전원 광역단체장들도 참석했다. 5.18이 더 분쟁과 갈등이 아니라 통합과 전진의 전기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소중한 자리였다.
5.18 민주화운동은 신군부의 쿠데타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자랑스러운 유산이고 그 역사적 평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전두환, 노태우 등 신군부 주도 세력을 반란죄로 단죄하고 5.18 국가 기념일로 지정한 것이 현 미래통합당의 김영삼 문민정부 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당이 마치 반민주ㆍ쿠데타 동호 세력처럼 비친 것은 당 일각에서 5.18을 폄훼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단호히 대처해야 할 지도부는 되레 묵인하고 감싸는 등 스스로 자초한 면이 크다.
5.18 민주화운동뿐만 아니라 통합당이 낡은 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팔 벌려야 할 대상은 많다.
양극화와 경제성장 저하로 성장 위주의 낙수효과 외에도 떠오르는 게 없는 낡은 경제관, 특히 상대방을 주사파로 낙인찍는 색깔론도 이제 그만해야 한다.
5.18이 국론 분열이 아닌 통합의 씨앗으로 선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