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기념식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의 축사는 도가 넘어도 보통 넘은 게 아니다. 김 회장은 기념식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이 친일파와 결탁했고, 민족반역자가 작곡한 노래 애국가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한 나라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직함도 생략한 채 ‘이승만’이라고 불렀다. 이 전 대통령은 평생 독립운동에 투신하며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도 지냈고,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건국 대통령’이다. 그는 해방 직후 한반도를 공산화하려는 북한 김일성 일파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급박한 상황에서 일부 친일 경력 인사를 기용한 측면은 있다.
그렇다고 이 전 대통령이 친일파와 결탁했다는 주장은 가당찮은 억지다. 더구나 한국전쟁과 광주 5.18항쟁 등 행사에서 불렀고 올림픽 등 국제행사에서 애창하는 국민 마음속의 애국가를 부정하는 김 회장의 인식은 심각하다.
김 회장은 심지어 “국립현충원에는 친일 군인을 비롯한 한민족 인사 69명이 안장돼 있다”라며 이들에 대한 파묘를 주장했다.
서울 국립현충원은 독립유공자만의 묘지가 아니다. 대한민국에 헌신한 유공자를 모시는 곳이다. 처음엔 한국전쟁 전사자를 안장하기 위해 조성됐다.
일제에 현저하게 협조하거나 적극적인 친일행적이 있었던 경우엔 안장하기 전 보훈심사에서 이미 안장 대상에서 제외됐다.
태어나면서부터 일제였던 당시 생존을 위해 산 게 일제에 협조한 것처럼 보였을 수는 있지만 그런 것까지 일일이 친일로 매도할 수는 없지 않은가?
김 회장의 광복절 발언은 크게 지나쳤다. 그래서 그의 발언에 정부의 연이은 실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깔렸지 않았는지 의심을 받는다.
친일 논란은 이미 75년 전의 얘기다. 지금은 코로나19 위기에 미국과 중국의 2차 냉전,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문명이 우리 앞을 기다리고 있다,
역사를 잊어서도 안 되지만 역사에 발목 잡혀 나라 발전을 가로막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 회장은 광복절 75주년 기념사에서 “대한민국은 민족반역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라며, “친일청산”을 주장했다.
김 회장의 기념사는 정치 유세로 여길 만큼 편향적이고 분열적인 언사로 가득했다. 일부러 논란을 만들기로 작정한 듯했다. 김 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미 간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워킹그룹을 “일제 통감부”에 비유하는가 하면, 고 백선엽 장군을 칭송한 주한 미군 사령관을 본토로 소환하라는 서한을 백악관에 보내기도 했다.
이번에는 그 정도를 넘어 아예 빗나갔다. 과거사를 부정하는 일본이 아닌 우리 사회 내부를 겨냥했다.
김 회장은 초대 대통령과 애국가 작곡가에 대한 일부 사실만을 근거로 “친일민족반역자”라고 규정했다.
나아가 “친일을 비호하면서 자신을 보수라고 말하는 것은 매국노 이완용을 보수라고 우기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친일을 보수와 연결했다.
역사적 인물의 공과에 대한 객관적ㆍ종합적 평가는 아예 안중에도 없고 제멋대로 딱지를 붙여 이후 수십 년 역사를, 나아가 그 세월을 살아온 국민의 삶을 친일이냐 아니냐로 갈렸다.
그는 “친일청산은 여당ㆍ야당의 정치적 문제도 보수ㆍ진보의 이념의 문제도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그가 제시한 민족 반민족 구조는 그런 편 가르기와 과연 무엇이 다른가!
김 회장은 유신 시대 때 공화당 당료를 시작으로 민정당에서 조직국장이라는 요직까지 거쳤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을 위해 일했던 그가 1980년대 학생 운동군의 “친일 잔재 미청산”프레임으로 현대사를 재단하는 건 희극이 아닐 수 없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광복회 제주지부장이 대독한 김 회장 기념사를 들은 “국민을 편 가르는 광복회의 편향된 역사의식에 도지사로서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