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양성평등 실태조사…성역할 고정관념은 크게 완화
‘한국사회, 여성에 불평등’…20대 남녀 간 인식 차 뚜렷
‘여성폭력 심각’ 동의 85.7%…5년 전보다 오히려 증가
지난해 양성평등 실태조사 결과, 우리 국민은 한국사회의 양성평등 수준이 5년 전에 비해 개선됐지만 돌봄·안전 분야 등의 양성평등 수준은 여전히 낮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부간 가사·돌봄 분담에 대해 전체 68.9%가 ‘전적으로 또는 주로 아내가 한다’고 응답해 가사와 돌봄 부담은 여전히 여성에게 몰리고 있었다. 20대(여성 45.3%, 남성 40.6%)와 30대(여성 32.2%, 남성 36.7%)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반반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여성가족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양성평등 실태조사는 ‘양성평등기본법’ 제10조에 따라 양성평등 의식 수준 및 정책 수요를 수집해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등 중장기 정책 수립에 활용하기 위해 5년마다 실시하는 국가승인통계다.
이번 조사는 2021년 9~10월 중 전국 4490 가구의 만 15세 이상 모든 가구원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응답자는 총 8358명으로 여성 4351명(52.0%), 남성 4007명(48.0%)이다.
◆ 가족 내 역할 분담, 성별 직업분리 등 성역할 고정관념 완화
지난 2016년에 비해 남녀 모두 ‘남성은 생계부양, 여성은 자녀양육’이라는 전통적 성역할 고정관념이 크게 완화됐다. 다만, 여성에 비해 남성이 또 연령이 높을수록 남성 생계부양책임과 직업의 성별분리 인식이 강한 경향이 드러났다.
가족 내 역할분담에 있어서 ‘가족의 생계는 주로 남성이 책임져야한다’에 동의(그렇다+매우 그렇다)하는 비율은 2016년 42.1%에서 2021년 29.9%로 12.2%p 줄었다.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자녀에 대한 주된 책임은 여성에게 있다’는 인식도 53.8%에서 17.4%로 36.4%p 하락했다.
직업에 있어서도 성별 직종에 대한 고정관념이 완화됐는데, ‘직업군인, 경찰과 같이 남성이 다수 종사하는 직업은 여성에게 적합하지 않다’에 동의하는 비율이 44.7%에서 18.3%로 감소했다. ‘간호사, 보육교사와 같이 여성이 다수 종사하는 직업은 남성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도 46.5%에서 15.2%로 낮아졌다.
남녀의 새로운 역할 수용과 관련해서는 ‘여성은 독립을 위해 직업을 가져야 한다’에 대한 동의가 79.1%에서 86.9%(+7.8%p)로 크게 증가했다.
반면에 ‘남성도 다른 사람 도움 없이 아이를 돌볼 수 있어야 한다’에 대한 긍정 응답은 82.8%로 높았으나 2016년(82.0%)에 비해 크게 증가하지 않아 여성의 경제적 독립에 대한 인식 변화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 한국사회가 여성에 불평등하다는 인식 높아…그룹별 격차는 커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남녀에게 불평등한 정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여성의 65.4%, 남성의 41.4%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 여성의 6.7%, 남성의 17.0%는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응답했다.
5년 전에 비해 ‘남녀평등하다’는 13.7%p 증가한 34.7%, ‘여성에게 불평등하다’는 9.2%p 감소한 53.4%, ‘남성에게 불평등하다’는 4.6%p 줄어든 11.8%였다.
성별, 연령대별로는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는 인식이 20~30대 여성은 70% 이상이었으나 남성의 경우에는 청소년(15~18세)의 31.5%, 20대의 29.2%만이 이에 동의해 큰 격차를 보였다.
한편 여성에게 가장 불평등하다고 인식되는 영역은 ‘돌봄 책임 분담’인 반면, ‘건강 수준’, ‘교육 수준’ 영역은 남녀평등에 가장 가깝다고 인식했다.
◆ ‘여성=자녀돌봄’ 인식 완화에도 돌봄 부담 불균형 여전
자녀가 없는 15~49세 국민 중 40.5%(여성 34.6%, 남성 45.4%)는 자녀를 가질 의향이 있다고 집계됐다. 청소년(15~18세)의 경우 ‘자녀를 가질 생각이 있다’고 응답한 여성이 29.5%로 남성 45.4%에 비해 15.9%p 낮았다.
‘자녀를 가질 생각이 없다’고 응답한 가장 큰 이유에는 ‘자녀양육·교육비 부담(42.0%)’을 꼽았으며, ‘하는 일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라 응답한 여성은 14.9%로 남성 7.5%에 비해 높았다.
부부 간 역할 분담을 보면, 의사 결정은 ‘아내와 남편이 반반한다’는 응답(67.2%)이, 생활비는 ‘전적으로 또는 주로 남편이 부담한다’는 응답(58.1%)이, 가사·돌봄은 ‘전적으로 또는 주로 아내가 부담한다’는 응답(68.9%)이 가장 많았다.
맞벌이인 경우에도 60% 이상이 ‘전적으로 또는 주로 아내가 가사와 돌봄을 한다’고 응답(여성 65.5%, 남성 59.1%)해 여전히 가사·돌봄 책임이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과 비교했을 때, 남녀 모두 돌봄 활동이 증가했으나 남성에 비해 여성이 더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에도 모든 항목에서 ‘자주 또는 매우 자주 한다’고 응답한 여성의 비중이 남성보다 높았다.
◆ 성차별적 관행 완화…‘여성폭력’ 심각 동의 비율 85.7%
‘우리 회사는 직원을 채용할 때 남성을 더 선호한다’, ‘우리 회사는 남성이 하는 업무와 여성이 하는 업무가 따로 있다’, ‘우리 회사에서 여성이 특정 직급이나 직위 이상으로 승진하는 데 암묵적인 제한이 있다’에 각각 33.9%, 39.0%, 24.5%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직원 채용 시 남성 선호 및 성별직무분리 관행에 대해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남성은 각각 45.6%, 46.1%인 반면, 여성은 각각 18.5%, 29.7%였다.
임신·출산·육아휴직 불이익 및 휴가사용·정시퇴근 어려움의 경우에는 2016년에 비해 ‘그렇다’는 응답이 크게 감소했다. 출산전후 휴가제도, 육아휴직제도 등 일·생활 균형제도의 이용이 2016년에 비해 남녀 모두 가능해진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각종 폭력의 경우, ‘심각하다’ 혹은 ‘매우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85.7%로 2016년(82.1%)에 비해 상승했다. 이는 여성과 남성 모두 이전 조사에 비해 여성폭력 문제를 더 심각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온라인 상 벌어지는 성적 대상화의 경우, ‘인터넷 광고에서 성행위나 신체 일부분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모습이 심각하다’에는 83.2%, ‘온라인 방송에서의 성희롱, 성차별이 심각하다’에는 83.1%가 동의했다.
전 연령대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큰 가운데 이러한 인식에 대한 성별 격차는 20~30대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소득수준은 감소, 가사·돌봄은 증가
코로나19로 ‘소득수준이 감소했다’는 응답비율은 42.4%, ‘가사·돌봄 부담이 증가했다’는 22.6%, ‘사회관계망서비스(SNS)·게임·유튜브 등 온라인 활동이 증가했다’는 50.5%였다.
‘소득수준이 감소했다’는 응답은 남성(43.0%)이 여성(41.9%)보다 높은 반면, ‘구직의 어려움이 증가했다’는 여성(37.0%)이 남성(33.9%)보다 높았다.
또 모든 연령대에서 여성의 ‘코로나19로 인해 가사·돌봄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남성보다 높았으며 30~40대에서 성별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우울감, 무력감, 절망감 등 정서적 어려움이 증가했다’는 응답자는 49.6%로, 청소년(15~18세)을 제외하고 여성 절반 이상이, 남성 40% 이상이 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국민이 생각하는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성불평등 문제 1순위는 ‘여성의 경력단절(28.4%)’, ‘고용상 성차별(27.7%)’, ‘여성에 대한 폭력(14.4%)’, ‘남성에 대한 돌봄 참여(12.5%)’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는 전 연령대 여성 절반 이상이 ‘해결해야할 성불평등 문제’ 1~3위로 선택했으며, 특히 30대 여성의 85.1%는 경력단절 문제를 1순위로 꼽았다.
‘온라인 성별혐오와 공격’, ‘여성의 성적 대상화’, ‘학교 교육에서의 성별고정관념’은 연령대가 낮을수록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아졌다. ‘온라인 성별혐오와 공격’의 경우 20대 남성 48.0%가 해결해야할 문제로 선택했다.
한편 여가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을 수립할 예정이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우리 사회 양성평등 의식 수준 향상, 일·생활 균형 문화 확산, 폭력에 대한 민감도 증가는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긍정적 신호”라면서 “다만 여성의 경력단절과 돌봄 부담 해소, 디지털 성범죄 등 여성폭력 문제 개선 가속화 등 성평등 사회 실현을 촉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꾸준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