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갑진년 새해는 용의 해다. 용띠 해는 12년마다 갑진, 병진, 무진, 경진, 임진의 순서로 60갑자를 순환한다. 갑진년 용띠는 십간의 갑이 오방색으로 청색이어서 ‘청룡의 해’가 된다.
실존하는 어떤 동물보다도 용은 최고의 권위를 지닌 최상의 존재다. 용은 임금을 상징하며, 나라를 보호하고 불법을 수호하는 호국신이자 호법신이다. 용은 바람을 부르고 구름을 일으키며 비, 천둥, 번개와 함께하는 장엄한 비상과 승천하는 존재다. 민속에서 용은 물의 신이자, 풍농의 신, 변화와 조화의 신으로 신앙이 되어 왔다.
용은 생물학적 존재가 아닌, 문화적 동물이다. 용은 인간이 상상으로 만들어 낸 동물이지만, ‘안 본 용은 그려도 본 뱀은 못 그린다’라는 속담까지 생겨날 정도로 오랜 옛날부터 상상으로 정형화된 형상을 갖고 있다.
16세기 중국 명나라의 이시진이 펴낸 약학서인 「본초강목」에서는 용을 이렇게 설명한다. “머리는 낙타 같고 뿔은 사슴 같고, 눈은 토끼 같고, 귀는 소와 같다. 목은 뱀과 같고, 배는 신과 같고, 비늘은 잉어와 같고, 발톱은 매와 같으며 발바닥은 범과 같다. 그리고 등에는 81개의 비늘이 있어 9.9의 양수를 갖췄으며 그의 소리는 구리판을 때리는 것 같다. 입가에는 수염이 있으며 턱밑에는 구슬이 달리고, 목 아래에는 거슬 비늘이 있으며 머리에는 박산이 있는데 또 척목이라고 한다. 용에게 이 척목이 없으면 하늘에 오를 수 없다. 기운을 토하면 구름이 된다.”
이처럼 날짐승, 뭍짐승, 물짐승의 여러 동물이 가진 최대의 강점과 장점들만을 모았으니 이만하면 최고의 존재가 되고도 남음이 있다.
용은 조화의 능력이 있다. 고대 중국 저서인 『관자』 「수지」 편에 따르면 “용은 물에서 나며, 그 색깔은 오색을 마음대로 변화시키는 조화능력이 있다. 작아지고자 하면 번데기처럼 작게 오므라들 수 있고 커지고자 하면 천지를 덮을 만큼 부풀 수 있다. 높이 오르고자 하면 구름 위로 치솟을 수 있고 밑으로 내려가고자 하면 깊은 샘 속의 밑바닥까지 잠길 수 있는 변화유일하고 상하무시한 신”이라고 하였다.
이처럼 용은 모습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자유자재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숨기기도 한다.
이와 함께 용오름의 기상 현상을 용의 승천으로 본 사례는 기록과 설화에 자주 등장한다.
세종실록에 의하면 18년 제주 안무사로부터 다음과 같은 보고가 올라왔다.
‘제주 정의현에서 다섯 마리의 용이 일시에 승천하였으며 그 중 한 마리가 되돌아와 수풀 속을 휘감다가 다시 올라갔다’
이를 두고 조정에서는 “용이다, 아니다”라는 4년 동안의 논쟁을 거듭한 끝에 상세한 조사보고를 다시 안무사에게 지시했다.
제주 안무사가 아뢰기를, “고로(古老)에게 방문하니 지나간 병진년 8월에 다섯 용이 바닷속에서 솟아 올라와 네 용은 하늘로 올라갔는데 운무가 자우룩하여 그 머리는 보지 못하였습니다. 한 용은 해변에 떨어져 금물두에서 농목악까지 뭍으로 갔는데 풍우가 거세게 일더니 역시 하늘로 올라갔다 하옵고, 이것 외에는 전후에 용의 형체를 본 것이 있지 아니하였습니다”라고 하였다.
용오름 현상을 하늘로 승천하는 용의 모습으로 상상한 것. 회오리바람이 불어 바닷물이 하늘로 치솟아 올라 마치 바다와 하늘을 연결되는 현상을 용의 승천으로 본 것이다.
용은 여의주와 물·비·바람·구름을 만나고 뿔이 나야만 승천할 수 있다. 용이 하늘에 가려면 여의주·물·비·바람·구름이 필요하듯이 사람이 출세를 하려 한다거나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면 주위 여건이 맞아야 한다. 목마른 용이 물을 얻거나 비를 만난 겪은 고생 끝에 좋은 운을 만나서 성공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용은 어려운 과정을 잘 견디어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뛰어난 인물이 되는 것에 비유되는데, 한국인이 꾸는 동물 꿈 중 용꿈은 최고의 길몽으로 꼽힌다. 특히 용꿈은 훌륭한 아들을 낳는다는 의미로, 태몽으로서 최고의 꿈이다. 또 용의 승천은 입신출세, 곧 등용을 뜻한다.
다양한 이미지와 관념의 복합체인 용은 한마디로 정리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위엄과 권위, 기운과 성취, 벽사와 진경 등 용의 상징성은 각기 독립적인 양상이 아니라 복합된 일체다양이다.
갑진년 새해의 수호 동물은 청룡이다. 정초에 한 해를 새로 시작하면서 그 해를 상징하고 수호하는 띠동물의 덕성을 해운(年運)이나 덕담으로 주고 받는다. 승천하는 청룡처럼 새해에는 모든 이들이 ‘용, 꿈’을 꾸면서 희망과 바람이 이뤄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