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거시스템 부족 쓰레기 하천에 그대로…마닐라, ‘쓰레기 순찰대’ 1천여명 투입
마닐라, 순찰대원 1천여명 투입 하천 쓰레기 수거<제공: 연합뉴스>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필리핀이 세계 최악 수준으로 평가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AFP통신과 현지매체 필리핀스타 등에 따르면 필리핀 수도 마닐라시 당국은 1천여명의 ‘쓰레기 순찰대’를 동원, 하천에 매일 대량으로 쌓이는 플라스틱 쓰레기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순찰대원인 론넬 나르바스는 마닐라의 썩은 악취가 풍기는 하천에 서서 뜰채로 페트병, 비닐봉지 같은 쓰레기를 하루 4시간씩 쉬지 않고 건져내고 있다.
그는 “우리가 얼마나 성실하게 청소하든 쓰레기가 끝이 없어 좌절감이 든다”면서도 자신들의 노력이 이 일대 홍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2021년 네덜란드 비영리단체 ‘디 오션 클린업'(The Ocean Cleanup)이 내놓은 조사 결과 세계 해양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최대 배출 국가로 지목됐다.
또 수도 마닐라를 관통해서 흐르는 파시그강은 세계에서 가장 심하게 오염된 강으로 나타났다.
이는 필리핀에 쓰레기 수거 서비스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하천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쓰레기를 하천에 그대로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닐라 인근 파라나크강을 내려다보는 판잣집에 사는 엠마 길레로(58)는 20년 전 이 동네로 이사 온 이후 쓰레기 수거 트럭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길레로는 “쓰레기를 강물에 버리는 이웃들에게 그러지 말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이 사는 데 관여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쓰레기 폐기·재활용 시설도 부족한 데다 극심한 빈곤으로 인해 필리핀 전국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2022년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약 1천400만명이 밀집해 사는 수도 마닐라의 경우 배출하는 쓰레기의 약 60%만 수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마리아 안토니아 로이자가 필리핀 환경부 장관은 AFP에 필리핀이 쓰레기 수거 재활용에서 ‘유아기 단계’라고 평가했다.
또 필리핀 국민이 필리핀 바다에서 잡힌 물고기와 숨 쉬는 공기 등을 통해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수년간 필리핀 의회는 재활용 센터 설립, 기업의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관련 법들을 제정했다.
이를 통해 필리핀이 쓰레기 관리를 위한 로드맵을 마련했지만, 이를 실행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세계은행은 지적했다.
나르바스는 동네 사람들이 쓰레기를 하천에 던지는 걸 그만두기를 바랄 뿐이라면서 “환멸감이 들지만, 이게 우리 일이고 우리는 익숙해졌다. 우리는 계속 청소할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