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자 부모에서 피해자 도우미로…조정실 학가협 회장

“무척 행복하지만 한편으로는 두렵습니다.”

인물

학교폭력 치유 기관인 ‘해맑음센터’에 대해 말하는 그의 눈은 반짝이고 목소리는 한층 높았다. 마치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보였다. 조정실(55ㆍ여)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이하 학가협) 회장 겸 해맑음센터 대표는 학교폭력 피해자 치유에 모든 것을 걸고 있었다.

조 회장은 지난달 11일 대전 유성구에서 문을 연 국내 최초 학교폭력 피해학생ㆍ가족 교육ㆍ치유 기관 ‘해맑음센터’의 주역이다. 십년이 넘도록 한결 같이 노력한 끝에 숙원을 이룬 조 회장은 센터 오픈을 위해 준비할 때 못지 않게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학교폭력(학폭) 피해학생 부모들의 문의도 많이 오고 처음이라 이것저것 챙길 것도 많고 정신이 없다”고 그는 전했다.

자신의 자녀와 가족을 챙기기도 바쁜 시대에 조 회장이 이처럼 ‘남의 일’에 발 벗고 나선 데에는 가슴 아픈 계기가 있었다. 남들과 마찬가지로 학교폭력에 대해 잘 모르던 조 회장 자신이 학폭 피해자 가족이 된 것이다. 지난 2000년 세간을 시끄럽게 했던 ‘성수여중 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바로 조 회장의 딸이다.

당시 중학생이던 조 회장의 딸은 학교 선배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해 심한 부상을 입었다. 상상치도 못한 일을 겪은 조 회장은 억울한 사정을 인터넷에 올렸고 이 글은 순식간에 퍼지며 많은 사람들에게 분노를 일으켰다.

분노한 사람들 가운데는 조 회장과 같은 학폭 피해자 부모도 있었고, 조 씨와 피해 부모 6명이 모여 학폭 예방ㆍ치유를 위한 작은 모임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뜻을 함께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활동도 많아지면서 2006년 사단법인 학가협으로 출범했다. 지금은 회원수가 2000여명에 달한다.

조 회장은 학폭 가해자를 위한 센터는 100곳이 넘는데 정작 피해자를 위한 센터는 한 곳도 없다는 게 늘 안타까웠다. 아쉬운대로 치유 프로그램이라도 운영하며 센터를 만들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그 결과 교육부로부터 10억원의 예산을 지원 받았다. 하지만 그걸로는 턱없이 부족해 바자회와 자원봉사를 하며 힘들게 센터를 열었다.

센터를 연 지금도 끝은 아니다. 조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하는 만큼 부담이 크다”며, “피해학생들이 정말 치유를 받고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너무 많은 피해자들이 있는데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까봐 걱정”이라며 “지원이 끊기지 않고 센터가 계속 유지,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