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회현자락’ 20세기 격동의 역사 모습 드러내다
– 서울시, ‘남산 회현자락 정비사업’ 3단계 발굴조사 완료․결과 발표
– 189.3m 한양도성 발굴. 태조-세종-숙종 시대별 축성양식 확인
– 조선신궁 ‘배전’ 건물터도 발견..한양도성이 훼철된 1차적 원인으로 추정
– ’09년 시작한 회현자락 정비사업 추진. 총 265.7m의 한양도성 발굴
– 회현자락 한양도성 적층된 역사 누구나 볼 수 있도록 ’16년까지 보존․정비
– 시, “오백년 한양도성과 근·현대 역사 실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틀 마련”
100여 년 전 일제가 식민통치수단으로 조선신궁을 건립하면서 훼손된 남산 회현자락 한양도성. 이후 이승만 대통령 동상 건립, 남산 식물원 조성 등 20세기 격동의 시간을 지나온 이 지역의 역사적 층위와 흔적이 서울시 발굴조사로 그 모습을 나타냈다.
핵심적으로 189.3m의 한양도성이 발굴됐다. 시 발굴조사 이래 최대 규모로서 태조, 세종, 숙종의 시대별 축성양식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지금까지 사진과 문헌으로만 남아 있던 ‘조선신궁’ 건물 중 ‘배전’의 터가 발견돼 당시 입지나 규모 등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이승만 대통령 동상이 있었던 곳에선 콘크리트 기초가 확인돼 당시의 위치와 규모를 가늠할 수 있었다.
한양도성은 조선 태조 때부터(1396년~) 축조된 이래 세종, 숙종 이후 계속적으로 보수되는 가운데, 일제가 한양공원(1910년)을 조성하고 조선신궁(1925년)을 짓기 위해 지형을 훼손했다. 해방 후에는 이승만 대통령 동상 건립(1956년), 남산 식물원(1968년) 등이 조성됐다.
서울시와 서울역사박물관은 지난해 6월부터 남산 회현자락 중앙광장(남산 분수대) 일대에 대해 실시한 ‘남산 회현자락 3단계 정비사업’ 과 관련한 발굴조사를 완료하고, 그 현장을 13일(수) 공개했다.
서울시는 남산의 역사성과 자연성회복을 위한 ‘남산 회현자락 정비사업’을 2009년부터 3단계로 나눠 추진하고 있다. 1․2단계는 발굴조사를 완료한 후 이를 토대로 복원사업을 완료했다.
남산 회현자락은 침략으로 인류문화유산을 훼손한 대표적 사례지로서, 한양도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준비 중인 서울시로는 한양도성의 완전성과 진정성 입증에 유리한 증거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89.3m 최대규모 한양도성 발굴. 태조-세종-숙종 시대별 축성양식 확인
3단계 사업에서 서울시가 발굴조사를 시행한 구간은 남산 회현자락 중앙광장 일대 총 448m로써, 이 중 189.3m의 한양도성 유구를 대규모로 발굴했다. 나머지 부분은 멸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13년엔 분수광장, 식물원 일대의 평지구간에서 94.1m를, 올해엔 분수대 상․하부, 임야, 주차장 일대의 탐방로구간에서 95.2m 유구를 각각 확인했다.
성곽은 분수대 부근의 평지에서는 지표면에서 2~3m, 탐방로 구간에서는 1~2m의 아래에서 확인됐고, 남아 있는 성벽은 1~7단까지 다양하며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특히 지난 8월 5일 개최된 자문회의 결과, 이번에 발굴된 구간에선 태조-세종-숙종으로 이어지며 축조 및 보수된 성곽의 흔적을 통해 다양한 시대별 축성 양식을 확인할 수 있는 의미있는 유적으로 평가받은바 있다.
예컨대 세종연간에 고쳐 쌓은 성벽 50여m와 숙종연간 이후 다시 쌓은 10.6m를 포함해 총 95.2m의 한양도성 성곽을 확인했다.
여장을 쌓을 때 쓰는 각형전(角形塼)과 다양한 크기의 전돌을 포함한 40여점의 유물이 출토됐으며, 추후 연구를 통해 정비복원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지금까지 보고된 바 없는 각자성석 1점도 새롭게 확인했다. 글자를 판독한 결과 “柰字六百尺”으로, 이를 통해 남산 회현자락 중앙광장 구간은 한양도성 전체 97구간 중 60번째 ‘柰’字 구간임을 알 수 있게 됐다.
한양도성의 전체 규모는 18.627km로 축조 당시 백악마루를 시점으로 천자문의 ‘天’字에서 ‘弔’字까지 97자를 순서대로 약 600척 마다 일정한 간격으로 성곽에 글자를 새겨놓았다.
이를 통해 오래전부터 구간 관리와 공사실명제를 철저히 실시했던 선인들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조선신궁 ‘배전’ 건물터도 발견..한양도성이 훼철된 1차적 원인으로 추정
또 일제가 식민통치수단으로 건립한 조선신궁의 여러 건물 중 가장 큰 규모의 건물인 ‘배전’의 터는 한양도성 바로 옆에서 발굴됐다. 건물의 콘크리트 기초와 기둥자리가 발견됐다.
한양도성 유구가 배전 기초에서 지하 2~3m 깊이에 3~4단 규모만 남아 있는 것으로 볼 때, 조선신궁 부지 조성 시 성곽을 파괴하고 평탄화하면서 신궁을 건축한 것이 한양도성이 훼철된 1차적인 원인으로 추정된다.
▶’09년 시작한 회현자락 정비사업 추진. 총 265.7m의 한양도성 발굴
이로써 서울시가 한양도성 복원을 위해 지난 2009년부터 추진해온 ‘남산 회현자락 정비사업’ 구간(총 777m)에 대한 발굴조사를 통해 265.7m의 한양도성이 발굴되었다.
▶회현자락 한양도성 적층된 역사 누구나 볼 수 있도록 ’16년까지 보존․정비
남산 회현자락 한양도성의 보존·정비 사업은 이번에 완료된 발굴조사에 이어 학술회의, 전문가 자문을 거쳐 2014년에 설계하고, 2015년 공사 착수해 2016년 완료할 예정이다.
특히 서울시는 성곽만 발굴, 복원하기 보다는 적층되어 있는 역사를 발굴해 시민, 관광객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보존·정비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남산 회현자락은 조선시대의 한양도성과 국사당, 근대의 조선신궁, 현대의 남산 분수대, 안중근 의사 기념관, 이승만 동상, 남산 동·식물원 등 다양한 역사가 쌓여 있어 조선시대 500년, 근·현대 100년을 대표하는 ‘역사 1번지’이자 ‘현장박물관’이며 역사와 문화, 자연이 어우러져 하루에도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서울의 명소다.
이와 관련해 ‘남산 회현자락 정비사업(3단계) 자문위원회’를 구성, 수시로 자문을 받고 있으며, 회현자락 역사탐구를 위해 ‘남산 회현자락 한양도성의 유산가치’라는 주제의 학술회의도 오는 9월 12일(금)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학술회의를 통해 한양도성의 유산 가치와 장소에 대한 역사를 탐구하고 보존정비 방안에 대한 집중연구를 통해 설계에 반영하고 보존·정비할 예정이다.
학술회의 1부에서는 “남산과 한양도성의 역사”를, 2부에서는 “남산 회현자락 한양도성의 보호관리”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발표 및 토론자로 나서는 필진들은 고대, 근·현대 역사, 경관, 문화재, 공원, 고고학 분야의 국내 최고의 학자들로 구성해 내실을 기할 예정이다. 또한, 그 결과는 “한양도성 학술총서”로 발간해 한양도성 연구 및 유네스코 등재 시 자료로 활용 계획이다.
오해영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오백년 한양도성과 근·현대 역사를 실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다고 자평한다”며 “앞으로 발굴된 결과물을 잘 조합하고 보존·정비해 역사도시 서울에 걸 맞는 공간으로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