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급자였던 저, ‘내 일’ 잡고 희망도 찾았어요”

저소득층 자활과 일자리 창출, 다 잡은 ‘내일스토어’

경기 시흥시의 한 주택가. 그 모퉁이에 위치한 작은 가게. 문을 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자 호탕한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안에서는 점장과 캐셔 등 직원 세 명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손님이 들어오자, 이들이 한마디 건넸다. “마침 방금 새로 튀김을 튀겼는데, 한번 드셔보실래요?”

겉보기엔 평범한 편의점이지만, 이곳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물건을 파는 곳이라기보다는 동네 사랑방 같은 느낌. 화기애애한 분위기뿐만이 아니다. 구성원도 특별하다.

내일스토어

이곳의 정식 명칭은 ‘내일스토어’다. ‘내 일(My job)로 만드는 행복한 내일(Tomorrow)’이라는 모토 아래, 보건복지부와 GS리테일이 자활사업 참여자를 위해 사회공헌형 사업으로 운영하는 편의점이다. 현재 내일스토어는 2호점까지 있고, 각 점포당 점장 2명 포함 총 15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시흥 주택가에 위치한 1호점은 지난 4월 26일 오픈했다. 점장 포함 모두 5명의 직원이 일한다.

직원들은 모두 지역자활센터에서 자활근로를 하던 기초수급자다. 점장 전경자(57) 씨 또한 마찬가지다.

“좀 더 나은 삶이 뭘까 계속 생각하던 차였어요. 그러던 중 ‘내일스토어’ 오픈 소식을 알게 됐습니다. 취지가 좋아 망설임 없이 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곳 직원들 모두 마찬가지로, 함께 자활센터에 있던 분들입니다. 나이도 모두 예순 전후로 친구처럼, 가족처럼 일하고 있죠.”

그는 점장 자리를 자원했다고 했다. 전 씨는 “아직 젊으니까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웃었다.

직원들 모두 기초수급자… 동네 사랑방으로 꾸리고파

내일스토어 1호점 점장 전경자 씨.(사진=C영상미디어)
내일스토어 1호점 점장 전경자 씨.(사진=C영상미디어)

전 씨가 지역 자활근로센터의 문을 두드린 건 지난 2014년.

“이혼 후 직장에 다니던 중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뇨병과 퇴행성관절염까지 겹치면서 계속 일하기가 어려워졌죠. 몸이 병들어 생계가 막막해지자 마음도 병들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다시 일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커지던 나날이었다. 여성 가장으로서 아이를 키우며 생계를 해결해야 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는 불안함이 늘 마음을 짓눌렀고,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희망을 그리기가 어려웠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지역자활센터를 찾았다고 했다. 그는 “그때 선택이 나를 지금 이 자리까지 이어지게 만들었다”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스스로 잘 버텨왔다고 칭찬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역자활센터에 가보니 저보다 힘든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저마다 힘겨운 상황을 돌보기에도 벅찼지만, 서로 마음을 나누고 의지할 수 있는 것들이 조금씩 생기는 것이 위로가 되기도 했어요.”

그렇게 센터의 여러 사업단에 몸담았다. 내일스토어에 오기 직전에는 자활센터의 또 다른 유통사업단에서 일했다. 그곳에서 매장관리 및 인력관리 경험을 조금 쌓을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센터를 통해 ‘내일스토어’ 1호점 오픈 소식을 접하게 됐고, 4월 오픈 멤버로 참여하면서 매니저 교육 등을 받으며 숨 가쁜 일정을 보냈다.

“지금도 몸이 완전히 나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어요. 어딘가에 끌려 다니지 않고 주도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런 것 같습니다. 몸이 조금 불편하지만, ‘나도 뭔가 해낼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건 줄 미처 몰랐습니다. 이제 몸 불편한 건 뒷전이에요.”

자활센터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들과 함께 점포를 꾸리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아무래도 365일 24시간 영업하는 곳이라 서로 손발이 맞지 않으면 많은 갈등과 어려움이 생겨요. 때문에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소통하고 배워나가며, 좀 더 나은 매장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요. 오픈한 지 두 달 정도 된 지금은 점장 역할이 서툴던 저도, 처음엔 계산대에서 어려워만 하던 동료도, 치킨 튀기는 것마저 서툴던 동료도 점점 나아지고 있답니다.”

전 씨는 단순히 점장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아니었다. ‘고객 중심’의 철학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물건만 판매하는 곳이 아닌 지역의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게 그의 포부였다. 한 번 이상 본 고객에게는 늘 안부를 묻고, 경험을 토대로 맞춤형 상품을 제안해주는 건 그래서다.

“예를 들어 같은 병원이라고 해도 내 몸 상태를 한 번이라도 더 물어보고 걱정해주는 곳으로 가고 싶잖아요? 다리가 아파서 갔는데 마음까지 치유돼서 오는 경험, 다들 있지 않나요? 그런 편의점이 되고 싶어요. 물건을 사러 왔지만 이웃 간의 정도 쌓아가는 곳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직원들은 3교대로 하루 8시간씩 일한다. 이곳의 가장 특별한 점은, 일을 하다가 편의점 창업까지 계획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와 GS리테일은 내일스토어를 통해 취약계층을 단순히 고용하는 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창업 지원도 함께 해준다.

내일스토어 1호점에는 점장 포함 5명의 직원이 일한다. 자활센터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라 가족 같은 분위기다.(사진=C영상미디어)
내일스토어 1호점에는 점장 포함 5명의 직원이 일한다. 자활센터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라 가족 같은 분위기다.(사진=C영상미디어)

고용뿐 아니라 창업 지원까지… 올해 8개 추가 신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자활사업단이 성공적으로 편의점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점포 임차비 부담 및 가맹비 면제 등 설치 지원과 함께 참여자 교육, 사업 컨설팅 등을 계속해나갈 예정”이라면서 “앞으로 참여자가 직접 편의점을 창업하고자 할 경우에는 투자비의 일부를 지원 또는 감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 점장은 “이곳에 있는 직원 누구나 창업을 계획할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또 다른 ‘내일스토어’가 탄생하는 것이고, 그곳에 또 제2의 전경자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선순환 구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발 맞춰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저희 같은 기초수급자들이 자활할 수 있지 않을까요?”

보건복지부는 저소득층이 취·창업을 위한 기술을 익히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자활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연간 약 4만 명의 참여자가 2800여 개 자활근로사업단에서 일하고 있으며 매년 약 130여 개의 사업단이 자활기업으로 독립해 저소득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도드람 양돈농협, GS리테일 등 기업과 협력하여 자활사업단이 민간기업의 프랜차이즈 매장을 위탁 경영함으로써 표준화된 경영기법을 전수받고 안정적으로 원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업 연계형 자활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복지부는 올해 말까지 내일스토어 8개소를 추가 신설,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임경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