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4차 산업을 동력으로 하는 혁신 성장을 중점 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고 ‘혁신성장은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새로운 경제성장을 위한 새 정부의 핵심전략’이라고 말했다. 문대통령은 이어 혁신성장이 일자리와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와 함께 ‘사람중심 경제’의 3대축이라며 ‘혁신적인 창업과 신산업 창출이 이어지는 활력 넘치는 경제를 만들겠다’고 했다.
정부출범 초기에 방점을 두었던 소득주도성장뿐 아니라 혁신성장에도 힘쓸 계획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대기업,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한 성장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미래를 이끌 경쟁력 있는 중소 중견기업의 활성화를 통한 성장을 추진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혁신성장 논의는 문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이 수요측면의 성장전략이라면 공급측면의 성장전략은 혁신성장’이라고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출범 초기 소득분배에서 성장 동력을 찾는 정책에 집중했다. 최저임금 인상 사회복지예산 증액, 통신요금 인하와 함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같은 정책들은 소득을 늘리기 위한 방안들이었다. 정부가 추진한 이 같은 정책은 과거의 성장모델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 새로운 시도였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 미래가 담보되지 않은 퍼주기 정책, 학문적 근거도 없고 도입한 국가도 없는 신기루 성장정책이라는 비판을 한 바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부가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혁신성장을 성장의 두 날개로 사용하겠다고 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 두 정책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고 통합적으로 추진하면 훨씬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혁신성장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리는 이전 정부의 대표사업들이 용두사미로 끝난 것을 경험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은 수십조원을 들인 ‘녹조라떼사업’,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는 정책목표가지 불분명한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의 혁신성장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4차 산업의 특성상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흑묘 백묘’의 포용적인 자세와 함께 과감한 규제완화도 필요하다. 정부가 규제의 칸막이를 높이거나 섣부른 ‘칼질’을 하는 것은 미래 먹거리의 싹을 자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전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치밀한 설계를 통해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 투자가 필요한 원격의료나 드론산업은 여전히 규제에 묶여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미국 일본에선 민간기업이 의료 금융과 관련한 개인 정보를 활용해 다양한 빅데이터 관련 사업을 창출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에 막힌 한국에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더구나 ‘온라인 게임 셧 다운제’처럼 국내 기업에만 적용되고 외국 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 역차별 규제 까지 존재하는 상황에서 온전한 4차 산업혁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분야와 업종을 구분하지 않는 광범위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다. 이참에 ‘규제 프리존법’이나 ‘서비스산업발전법’처리도 추진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지만 갈 길이 아직 멀다.
현대정책연구원이 분석한 4차 산업혁명 기반산업의 기술비교에서 미국은 99.8점, 유럽연합이 92.3점인데 비해 한국은 77.4점에 그쳤다.
기존 제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이 간극을 줄이지 못하면 정부가 목표로 하는 내년 3% 경제성장은 달성하기 어렵다. 4차 산업혁명이 혁신성장의 주제가 되기 위해선 얽힌 규제부터 풀어달라는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정부가 귀담아 들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는 5년짜리 사업이 아닌 지속 가능한 미래의 기틀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혁신성장의 계획을 짜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