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가 지난 2010년 당한 성추행 및 검찰 내 조직적 은폐 정황을 폭로하자 파문이 커지고 있다. 서 검사는 해당 고위간부가 성추행도 모자라 인사 불이익까지 줬다고 주장했다. 법을 집행하고 ‘정의 구현’을 임무로 하는 검찰 내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서 검사는 2010년 한 장례식장에서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이었던 안태근 전 검사장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사과를 요구하던 서 검사는 오히려 검찰총장 경고를 받고 당시 여주지청에서 통영지청으로 발령을 받았다고 한다. 누가 봐도 좌천성 인사로 볼 수밖에 없다.
최교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서 검사에 대한 성추행 의혹에 문제를 제기하는 다른 여성 검사를 강압적으로 회유하려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안 전 검사장은 “술을 마셔 기억에 없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면 사과하겠다”면서도 서 검사한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최 의원도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 검사는 지난 2월 4일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조사를 마친 뒤 “이 사건을 계기로 과거의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자유롭게 앞으로 나오고, 미래의 가해자들이 없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서 검사의 외침이 성폭력과 성차별을 뿌리 뽑는 큰 울림으로 퍼져 나가야 할 것이다.
현직 여검사가 8년이나 지나 여러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내부 고발을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사건은 오랫동안 쌓인 검찰 내부의 폐단이 곪아 터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조사와 점검이 그런 적폐를 척결할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검찰이 발족한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을 위한 조사단’ 역할이 중요하다. “조사 대상이나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조사단의 발언이 조사 과정에서 반드시 관철되기를 바란다. 검찰청 개청 이후 누적돼 온 남성 중심의 비뚤어진 성문화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는 조사단에 달렸다.
조사단은 한 점 의문이 남지 않도록 제기된 모든 의혹을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 특히 성추행과 이후 실시된 사무 감사, 그리고 인사이동에 대한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상호 연관성을 상세히 파악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검찰의 낡은 조직문화를 개혁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실질적인 성 평등이 정착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성범죄의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인사권을 남용했다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시민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야 할 법조계가 이 정도라면 다른 분야는 말할 것도 없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엄정히 조사해 자체 조직문화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철저한 진상 조사와 그에 따른 응분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서 검사의 ‘용기 있는 폭로’가 헛되지 않게 해야 한다. 조사 결과 보다 더 중요한 건 검찰 스스로 거듭 나겠다는 의지는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