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겨울제전 평창동계올림픽이 강릉 평창 정선 등 개최도시에서 9일부터 25일까지 17일 동안 열린다. 패럴림픽 폐막일인 3월18일까지 합치면 44일간의 문화올림픽 대장정에 돌입한다. 북핵 위기 속에 성공적 개최를 걱정해야 했던 우여곡절을 딛고 동계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나라가 참가하는 성대한 지구촌 축제가 펼쳐지게 된다.
92개국 3000명에 육박하는 선수들이 평창을 찾는다.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남북한이 올림픽 사상 최초로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해 출전한다. 우리나라는 144명의 선수가 15개 전 종목에서 기량을 펼친다. 북한은 5개 종목, 22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단일팀의 영문 명칭은 ‘COR’, 국가 연주는 ‘아리랑’이다. 개·폐회식 때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한다. 기수는 남과 북의 남녀 선수 1명씩이 맡는다. 미국은 동계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242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영국도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 징계로 참가하지 못할 뻔했던 러시아 선수들은 개인 자격으로 참가한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전후해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다자 간 정상외교 무대가 펼쳐진다. 평창올림픽에는 21개국 26명의 정상급 인사가 방문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등이 방한해 평창을 무대로 활발한 외교전을 펼친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 단장으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파견키로 했다. 김영남은 20년째 명목상의 국가수반을 하고 있어, 각국의 정상급이 참가하는 올림픽 개막식에는 적절한 인물로 평가할 수 있다. 그의 남한 방문은 처음이다. 특히 김 상임위원장의 평창 언행은 향후 북·미 대화 가능성을 저울질해 보는 가늠자가 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14개국 정상급 인사와 만난다. 평창을 무대로 활발한 외교전이 전개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남한방문 기간 단독으로 만나 회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의 전기를 마련할 계획이다. 국익 차원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는 그 자체로 중요하다. 평창올림픽에 북한 참가가 성사된 것 역시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대화와 교류의 분위기가 평창올림픽의 일과성 이벤트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평창올림픽이 평화적으로 잘 치러져 남북 관계가 개선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북한은 단일팀 출전을 계기로 보다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였으면 한다.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해외에 알리고 국가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에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건 국가적 책무다. 여야가 올림픽 기간만이라도 자숙해야 한다. 올림픽 성공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 국민이 합심해야 한다. 올림픽이 막을 내린 상황에서의 평가는 냉정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