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해결 위한 정책의 근본적 전환 필요

 

정 상 규
발행인 겸 대표이사
세종사회복지회 사무총장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국가 의제로 설정해 대응에 나선 건 2004년이다. 3차에 걸쳐 5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저출산에서 탈출하기 위해 100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했지만 저출산 추세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통계청의 인구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 출생아가 89600명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1년 이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사망자는 처음으로 8만명을 넘겨 81800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출생아 급감과 사망자 급증으로 올 1분기 전체 인구는 78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는데 이는 1년 전 1분기 25600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한국 총인구가 감소하는 시점은 2032년에서 2028년 이전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재앙이 코앞에 닥쳤다.

출생아 급감은 아이를 가장 많이 낳는 30~34세 여성 인구가 줄어든 데다 결혼 건수 자체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17년 동안 초저출산 국가를 지속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국가의 미래가 걸린 중대 사안이다. 출산율이 가장 높은 3034세 여성인구가 전년 대비 3월 기준으로 5.6%, 결혼 건수는 66200건으로 2400건이 각각 감소했다. 저출산 현상이 잠재성장률과 국가 활력을 떨어뜨리는 국가 재앙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지난해부터 줄기 시작했다.

저출산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전면적인 재점검을 해야 한다. 저출산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철저한 진단이 필요하다. ‘출산을 꺼리는 이유중 다수가 경제·사회적으로 힘들다는 것이다. 고용불안에다 막막힌 주거대책과 고용불안은 결혼과 출산을 꺼리게 만든다.

그동안 가구별 보육을 지원하는 방식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출생아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획기적인 개선이 시급하다. 청년층의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는 사회 여건과 가치관은 더 큰 요인이다. 저출산으로 입학절벽도 진행돼 각급 학교에는 비상이 걸렸다. 인구 문제에 발목 잡히지 않고 미래를 위한 긴 안목의 저출산 해소 계획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혼을 늦추거나 포기하는 현상은 경기 불황과 심각한 청년실업, 천정부지로 높아진 집값, 인구감소, 가치관의 변화 등이 원인이다. 또한 청년들이 혼인을 포기하거나 늦추면서 출산율도 더 낮아져 인구절벽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와 직결되는 혼인 감소현상은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만든다.

저출산 대책은 구태의연한 기존의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이제 단계적이 아닌 종합적이어야 한다. 경제적으로 힘들어 아이 낳기를 꺼린다면 현금을 지원해서라도 문제를 풀어야 한다. 또 결혼과 출산, 육아가 행복한 삶으로 이어진다는 사회경제적 제도와 여성만 출산과 육아를 책임지는 관습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각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