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군사시설 보호구역 가운데 여의도 면적의 116배에 이르는 21개 지역 3억3699만 m²를 해제했다. 1994년 17억1800만㎡를 해제한 이후 24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군사보호구역 해제지역 가운데 63%가 강원도, 33%는 경기도로 주로 군사시설이 밀집된 접경지역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군사시설 보호구역은 8813km²로 전 국토의 8.8%다.
보호구역 중 2,470만㎡는 군과의 개발협의 업무를 지방자치단체에 위탁하고 1,317만㎡의 통제보호구역도 제한보호구역으로 완화한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군과 주민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경기북부·강원을 포함해 군사보호구역 거주 주민들은 오랫동안 불편을 겪어왔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는 특성 때문에 주민들이 사는 건물을 증개축하려 해도 반드시 군과 협의를 거쳐야 했다. 이번 해제 조치로 이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의 제약이 풀리면서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가 기대된다. 제한보호구역 지역에선 군과의 협의 아래 건물 신축 등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우려되는 것은 대규모 부지가 한꺼번에 풀리면서 규제에 오랫동안 묶여 있던 개발 욕구가 한꺼번에 분출할 경우의 부작용이다. 현실로 나타난다면 무분별한 개발로 녹지가 파괴되고 소규모 공장이나 택지가 난립할 가능성이 크다.
군사보호구역 해제로 예상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치밀한 관리대책이 선행돼야 한다. 우선 외부의 투기수요 유입을 차단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경기 김포처럼 난개발이 진행되거나 우려가 제기되는 지역에는 지구단위 계획을 세워 더 이상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막는 것이 필요하다.
국방부는 “이번 군사보호구역 해제는 군의 군사대비 태세 및 작전에 영향이 없다고 판단되는 지역에 한해서 지역주민과 상생하는 군사시설 관리를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주민의 재산권 행사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가안보이다.
군사적 대치 상황은 변한 게 없는데 남북관계 유화 분위기와 9·19 군사합의 이후 서둘러 무장해제에 속도를 내려는 정권의 의욕으로 안보능력이 훼손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주요 전방부대의 보안과 작전능력이 취약해지지 않도록 대책을 갖춰야 한다.
남북 군사 대치 시절 설정된 규제를 판문점 선언 등 한반도 긴장 완화 국면에 맞게 앞서 조정하는 것은 타당하다. 하지만 북측의 비핵화 움직임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 담장만 허물어 주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는 만큼 안보 공백도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안보에 영향을 미칠 정책 사안에 대해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군의 최우선 임무는 지역 주민 편의가 아니라 국가 안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