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범여권 정당들이 끝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밀어붙였다.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지휘는 폐지되고 경찰에 자체적으로 무혐의 처분 등을 할 수 있는 수사 종결권까지 주는 애용이다. 경찰이 검찰과 동등한 지위에서 수사 권한을 행사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질적 수사 주도권이 경찰로 넘어가게 됐다. 경찰은 12만 명 넘는 인력에다 10조 원 예산을 쓰는 매머드급 조직이다. 범죄 수사뿐 아니라 범죄의 예방과 진압 집회 대응 사회 질서유지 등 국민의 삶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특히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이 폐지되면서 독점적 첩보 수집권도 갖게 됐다. 청와대 지시를 받아 ‘정책정보’라는 명목으로 매일 수백 건씩 사회 각 분야 동향을 파악하고 법적 근거도 불명확한 공직자 감찰에다 검사들 세평 수집까지 하고 있다. 조만간 국정원의 대공수사권도 넘겨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내부 비리는 여전히 심각하다. 이번 수사권 조정은 수사 분야에 한정된 검찰의 경찰 통제 장치마저 허물어 경찰을 ‘통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만드는 것이다.
2만 명 넘는 수사 경찰이 저마다 국민 일상사를 건드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 더구나 이 정권 들어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라는 본연의 임무는 뒷전이다.
드루킹 여론 조작 사건 때는 정권 실세 휴대전화를 압수할 생각도 않고 증거 인멸을 내버려 뒀다.
경찰 간부 비리 단서를 잡고서도 수사하지 않고 덮었다. 경찰이 독자적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면 이런 일은 수시로 벌어질 수 있다.
울산시장 선거에선 야당 후보가 공천장을 받는 날 그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는 ‘선거 공작’을 벌였다. 최근엔 시민단체가 대학 구내에 정권 비판 대자보를 붙였다고 주거침입혐의를 씌우기도 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행정경찰과 수사 경찰의 분리, 국가수사처 설치, 자치경찰제 도입 등 경찰개혁 법안이 제출돼 있다. 공수처와 수사권 조정 등 검찰권은 견제하는 법안이 국민적 관심과 논란 속에 입법되는 동안 경찰개혁 법안은 상대적으로 잊혔던 게 사실이다.
애당초 패스트트랙에 ‘세트’도 올라갔어야 했지만, 정쟁의 와중에 트랙을 이탈했다.
그러나 경찰 견제를 위한 입법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앞선 모든 다른 입법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는 중차대한 일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무소불위’라는 오명이 검찰에서 경찰로 옮긴 것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인사와 수사권 조정 등에 반발하여 사직서를 낸 ‘검사 내전’의 저자인 김웅 부장검사는 ‘혹시 정보 경찰의 권력확대 애욕과 선거에서 경찰의 정권 충성을 맞거래했기 때문이 아니냐’고 일갈했다.
여권이 경찰 정보력을 집권 연장의 도구로 쓸 수 있다는 그의 의심은 합리적이다.
검찰 조직은 인사와 행정 모든 면에서 검찰보다 훨씬 정치권에 종속돼있으며, 철저한 상명하복으로 작동해 왔기 때문이다.
‘행정경찰’인 경찰서장이 외부 영향을 받아 ‘수사 경찰’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는 경찰 내부에서도 나올 정도다. 검찰에 기소권과 영장 청구권이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청구하지 않으면 경찰은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영장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구할 수 있게 돼 있어 검찰이 영장청구권으로 경찰 수사를 통제하는 것조차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개정안은 향후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시행에 들어간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은 이미 통과돼 7월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공수처 검찰 경찰 상호 간의 견제가 잘 작동하면 좋겠지만 3기관이 존재감을 과시하느라 과잉 수사를 벌이고 서로 물고 뜯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다. 나라를 흔들 불행한 사태까지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경찰은 역량에 비해 너무 큰 권한을 받았다는 소리가 안 나오도록 환골탈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