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을 겪지 않았어도 전두환이 나쁜 사람이라는 건 알죠.” 고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두환씨가 27일 광주 재판에 두번째로 출석하는 가운데 재판 출석일을 하루 앞둔 26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앞에 ‘무릎꿇은 전두환 동상’이 설치돼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두환 동상은 무릎을 꿇고 포승줄에 묶인채 쇠창살 안에 갇혀있는 모습이었다. 5·18단체는 지난해 서울 광화문에 설치했던 전두환 동상을 전날 5·18민주화운동 최후 항쟁지로 불리는 옛 전남도청 앞에 옮겨 설치했다.
전두환 동상의 쇠창살에는 뿅망치가 하나 걸려있어 시민들이 오가며 뿅망치로 전두환 동상을 내려치면서 분노를 표출할 수 있도록 했다. 길을 지나던 한 시민은 전두환 동상에 성큼성큼 다가가 뿅망치를 집어 들어 힘껏 내리쳤다.
김모씨(58)는 “이 동상을 내리친다고 속이 시원해지지는 않는 것 같다. 동상이 아니라 전씨가 자신의 죗값을 달게 받아 40년간 답답했던 마음이 해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모씨(38) 역시 뿅망치로 무릎꿇은 전두환 동상을 연신 내리쳤다. 그는 “82년생이라 5·18민주화운동을 직접 겪지 않았지만 5·18을 겪지 않은 많은 국민들이 전두환이 나쁜 사람이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4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제대로 5·18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게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 이해중씨는 “5·18 40주년을 맞아 우리 아이들이 5·18을 쉽게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방탈출’ 콘셉트의 콘텐츠를 제작했다. 교과서뿐만 아니라 이런 동상과 콘텐츠 등을 통해 미래 세대인 우리 아이들이 5·18에 관심을 갖고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18단체는 전씨가 재판에 출석하는 27일 광주지방법원 앞에 무릎꿇은 전두환 동상을 옮겨 설치한 후 전두환 엄중 처벌과 5·18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선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