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지 않다, 똑같이 꿈을 향해 달렸다”

 

다르지 않았다. 꿈을 향해 달리고, 한계에 도전하는 정신은 똑같다. 오히려 더 뜨거운 열정을 지녔다.

‘불가능이 우리를 이끈다’는 구호를 내건 2014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10월 18~24일)는 감동적인 인간 드라마를 썼다. 그라운드를 달리고, 체육관을 열기로 가득 메운 선수들의 손짓과 발짓은 모두 환했다. 메달 색깔보다 그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로 행복했고,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나이·인종·이념·종교는 물론 장애등급의 차이는 벽이 되지 않는다. 아름다운 도전만 있었다.

2014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는 총 41개국에서 6천명이 출전했다. 한국은 23개 전 종목에 선수 335명과 임원 151명 등 총 486명의 역대 최대 규모로 선수단을 구성했다.

대회조직위원회는 각국 선수단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와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원칙을 바탕으로 장애인과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물리적 장애물과 심리적 장애물을 없애는 데 주력했다.

대회 기간 장애와 비장애인의 벽을 허무는 초석을 만들 수 있도록 경기장의 출입구와 화장실은 물론 숙박시설·교통시설 등을 개선·보완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무한도전 수영 김세진, 육상 전민재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서는 게 중요하다. 걷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선천성 무형성 장애로 두 다리와 세 손가락이 없는 소년이 수영을 하고, 당당하게 국가대표로 국제무대에 나가리라 기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엄마는 달랐다. 반드시 해내리라 믿었고, 아들은 해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완성했다.

장애인 수영선수 김세진(17)은 메달을 목에 걸지는 못했다. “나를 끝까지 믿어주신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메달을 따내겠다”고 다짐했지만 지체장애 1급 자유형 400m 결선에서 5분22초 32로 7위에 그쳤다.

실망하지 않았다. 도전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세진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장애인올림픽에서 자신의 주종목인 자유형 1500m 금메달을 노린다. 스포츠심리학자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되고픈 꿈도 이뤄내야 한다.

여자 T36(뇌성마비) 100m에서 15초60, 200m에서 31초59를 각각 기록하며 2관왕에 오른 육상의 간판선수 전민재(37)는 손 대신 발로 쓴 감사 편지를 박정호 감독에게 전했다.

“응원해 주신 가족들과 같이 고생한 선수들, 친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힘들어 할 때마다 감독님은 항상 나에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며 격려와 칭찬을 해 주셨다. 매일 감독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훈련했기에 지쳐 주저앉고 싶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휠체어마라톤 선수로 활약했던 박정호 감독이 오히려 고마워했다. 박 감독은 “늘 열심히 하는 친구가 좋은 결과를 내서 기뻤다”며 누구보다 전민재의 금메달을 반겼다.

행복 동행 휠체어댄스 최문정·박준영 한국의 휠체어 댄스스포츠는 세계 정상급 수준이다.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가 홈페이지를 통해 2014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소식을 알리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이 첫날부터 콤비 스탠더드 클래스1, 콤비 스탠더드 클래스2, 듀오 라틴 클래스2 등 세 종목의 금메달을 싹쓸이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총 6개 종목 중 5개의 금메달, 1개의 동메달을 따내는 최고의 결실을 맺었다.

최문정(38·여·지체 2급)은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을 가리지 않고 환상적인 호흡을 이끌어내면서 3관왕의 영광을 안았다. 스물세 살 때 높은 곳에서 떨어져 휠체어에 의지하게 된 최문정은 비장애인 파트너와 펼치는 콤비 스탠더드 클래스2에서도 탁월한 센스를 뽐냈다. 박준영(30)과 완벽한 호흡을 이뤄 장애와 비장애인 사이에 어떤 경계도 없음을 온몸으로 보여줬다.

최문정은 파트너들에게 ‘잔소리꾼’으로 통한다. “내가 잔소리를 많이 하는 편이다. 호흡이 잘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각도가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맞지 않는다”며 “그렇게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하는 종목이다. 그러다 보니 잔소리가 심해진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최문정은 휠체어 댄스스포츠를 소개하는 TV 프로그램 속의 홍일점이었다. 2003년부터 휠체어댄스를 시작해 동호회 등에서 다양한 활동을 했다. 사실상 혼자 선수생활을 하면서 휠체어댄스의 영역을 넓혀나간 주인공이다. 휠체어 댄스스포츠의 경우 듀오종목에선 장애인 파트너, 콤비 종목에선 비장애인 파트너와 짝을 이룬다. 최문정은 두 종목 모두에서 정상에 올랐다. 그에게 장애는 애당초 걸림돌이 아니었다.

사제 동행 텐덤 사이클 김종규·전대홍 텐덤 사이클 트랙 4km에 출전한 김종규(30·시각장애)와 그의 파트너 전대홍(38·비장애)은 금메달(4분40초356)을 목에 걸었다. 둘은 2010 광저우 대회에 이어 2연패를 달성했다. 김종규가 힘차게 페달을 밟으면 파일럿을 맡은 전대홍이 방향을 알려주면서 함께 힘을 보탠 결과다.

김종규는 “광저우 때도 기뻤지만 아주 뿌듯하다”면서 “예선과 결승을 한꺼번에 끝내서 오히려 마음이 후련하다”며 전대홍에 대한 감사인사도 잊지 않았다. “이번 대회뿐 아니라 세계선수권대회나 월드컵 등에서 항상 형이 나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자랑스럽고 사랑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전대홍은 파일럿이자 지도자 역할까지 맡고 있다. 전대홍은 “훈련을 더 많이 시키고 싶은데 종규가 체력이 약하다 보니 힘들어했다. 그래서 강도를 조절하면서 컨디션을 맞추다 보니 괜찮았다. 어르고 달래면서 훈련했다”며 “벌써 호흡을 맞춘 지 4년이다. 처음에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젠 전혀 그렇지 않다. 금메달을 따서 기쁘고 앞으로 계속 선수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만족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