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가 박시종을 말하다 – 박시종무용단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으로서 각종대회에 수상을 하는 일은 스스로에 대한 자존심이자 이상향임이 분명하다. 박시종 대표 역시 그간의 수상을 매우 영광스러워했다. 그러나 본지가 그것이 전부는 아님을 단언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 현재 그녀의 위치와 화려한 수상 이면에는 오랜 시간 함께해온 수많은 고민과 노력들이 뒷받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용가 박시종’ 이전의 ‘인간 박시종’에 대하여,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예술인으로서의 박시종’에 대하여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느새 그녀의 철저한 자기관리 및 마음가짐에 좀 더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총 두 번에 걸친 릴레이 인터뷰는 박시종 대표의 그간 이야기들에 앞서 인생을 경험해온 스승에게 전해 듣는 조언에 가까웠으며, 스승이 전달해주는 날 것의 생생한 이야기들은 더욱 그녀를 잘 이해하게끔 해주었다. ‘제33회 서울무용제 대상’이라는 타이틀만으로 그녀를 단순히 정의하기는 앞으로도 힘들 것이다.

a3e624f349cc57b816d653bb267b8dca정체성을 확고하게 만든 계기

본지가 만난 박 대표의 첫 인상은 매우 부드럽고 신중했으며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는 조용하면서도 힘이 실려 있었다. 그간 언론화 된 기사들 중, 가장 큰 이슈였던 2012년 제33회 서울무용제 대상 수상 이야기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 해 열렸던 서울 무용제는 워낙 쟁쟁한 무용단들이 대다수 참여했었던 만큼 문턱도 굉장히 높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었고 그만큼 기대도 했었지만 설마 대상을 받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죠.”

국내의 대표적인 한국 무용가로서 다양한 춤의 경계를 넘나들던 박 대표는 잠시 정체성이 흔들리던 시절을 맞이하기도 했었다고 회고했다.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해야하는 예술가로서 일반 대중들이 원하는 눈높이에 맞춰, 춤에 대한 소통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했던 그녀였지만 그만큼 내적인 고민도 감당해야 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서울무용제 대상 수상은 그녀에게 한국무용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성찰을 다시 한번 할 수 있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또한 그녀만의 독특한 색채와 탐미적인 안무법은 대한민국 무용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렇게 예술가는 작품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고 성장해 나가는 것 같아요. 그 행위 자체가 분리된 예술 활동이 아니라 저의 삶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한 해를 의미 있게 장식해줄 공연

무용가로서 박 대표가 주목하고 있는 활동은 결과적으로 사회에 예술을 환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활동의 일환으로 박시종무용단은 다가오는 12월 28일, 6회째를 맞는 문화예술을 통한 사랑나눔공연 ‘겨울날의 풍경_ 微笑(청주 예술의 전당 소극장, 오후6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일 년의 시간을 돌이켜 보았을 때, 1월부터 12월 중순까지 굉장히 많은 공연들이 있고 경연도 있지만 12월의 연말공연은 곧 저의 얼굴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수많은 공연들 중, 가장 의미 있는 공연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워낙 많은 준비를 하고 있기에 양질의 공연을 기대하고 있기도 하지만 저는 이 공연을 통해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과 함께하며 기부하고 싶어도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 방법을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 나눔의 가교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시종무용단은 연말 공연의 수익금을 사회복지단체에 매년 기부를 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기부공연의 전체적인 확장을 위해, 다른 지역을 순회하면서 공연하는 것을 계획 중이다. 작품을 통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의 마음을 살피고 어루어 만져 주는 일, 그것은 박시종 대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봉사이자 무용가로서의 의무였다.

2b0e2b9d67b9184ac919ecf09acdb1ca현재 그녀에게 요구되는 역할에 대하여

박 대표는 인터뷰 내내, 조용한 말투였지만 그녀가 중요시 여기는 점들에 대해서는 꽤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무용가로서 사회적 역할에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 그 중심에서 저변을 확대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그녀의 역할이 때론 부담스럽지 않은지, 다시 말해 두렵지는 않은지에 관하여 솔직한 심정을 물었다. “글쎄요. 두려운 나이는 이미 지난 것 같아요. 과거에 두렵긴 했었죠. 하지만 지금 제 나이에 그러한 활동이 두렵다고 말한다면 무용가로서 제가 줄곧 해왔던 일에 자신이 없고 당당하지 못한 것이겠죠. 예술인으로서, 안무가로서, 무용가로서 오랫동안 활동해왔다면 이젠 사회의 한 켠에서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줄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정리하는 시점에서 박 대표는 덧붙였다. “예술의 힘은 무척 크다고 봅니다. 예술은 많은 것을 변화 시키고 순환 시킬 수 있죠. 개인주의가 만연한 각박한 현대사회에 예술의 손길이 닿는 곳은 적어도 ‘함께’라는 의미와 치유의 경험을 전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 역시 그녀의 말에 공감했다. 터질듯 한 마음의 동요도, 혼란스러운 생각 속의 덧없는 걱정들도 우연히 들려온 멜로디 하나, 글귀 한 구절, 동작 하나에 사라질 수 있음을 기자는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것은 어떠한 성취나 명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 깊은 공감이자 곧 위로이지 않았을까. 한국 무용계에서 앞으로 그녀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