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종합대책 시급하다.

나경택/본지 논설고문 칭찬합시다운동 중앙회 회장
나경택/본지 논설고문
칭찬합시다운동 중앙회 회장

 

스프링클러를 처음 본 것은 오래전 미국 영화에서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농장이나 대 저택 잔디밭에서 스프링클러가 물을 부리는 광경은 천국을 연상케 했다. 힘들이지 않고도 기계에서 소중한 물이 쏟아져 나오니 볼수록 신통하고 부러웠다. 가뭄이 들면 팔이 떨어지도록 웅덩이 물을 퍼 올려 천수답 농사를 짓던 시정 얘기다. 스프링클러에는 물만 담는 것이 아니다. 미술관에서는 이산화탄소나 하론가스를 사용한다. 스케치나 판화등이 손상될까 우려해서다. 농약이나 액체비료, 식물 영양제를 넣어 뿌리기도 한다.

그러나 스프링클러의 최고 용도는 뭐니뭐니 해도 화재 확산 방지다. 논란은 있지만 가정집 화재 시 사망확률을 2/3까지 줄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스프링클러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4,000만개가 설치된다고 한다.

주변에서도 없는 곳이 드문 만큼 흔하다. 그러다보니 오작동 사고도 잦다. 프로야구 경기가 중단되고 공연장 관객이 대피소동을 벌이기도 한다. 프로야구 승패가 영향을 받고 공연비용이 증가하는 정도야 감당할 만한 일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 게 문제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아 발생하는 인명사고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게 대표적이다.

2012년 부산 노래방 화재사고가 그랬다. 지난해 6명이 숨진 고양종합터미널 화제사고에서는 스프링클러 밸브가 잠겨 있어 피해를 키웠다.

관리소홀 탓이다. 2008년 이천물류창고 화재 사고 때는 오작동으로 인한 작업 불편을 우려해 고의로 작동하지 않도록 조작한 탓에6명이 희생됐다. 경제성과 편의를 안전과 맞바꾸는 어리석은 형태의 반복이다. 개인들만 잘못된 선택을 하는 건 아니다. 의정부 아파트 화재 참사는 정부가 앞장선 경우다. 시민 편의를 위한다며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를 완화한 것이다.

정부는 뒤늦게 설치를 확대한다고 한다. 경중을 가리지 못한 책임을 외양간 고치는 것으로 가릴 수는 없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불연재 사용과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종합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현행 건축법은 30층 이상 고층건물 등의 외벽에만 불연재를 의무 사용토록하고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외벽 단열재의 경우 높이와 용도에 상관없이 불연재를 사용하고 내벽 단열재의 경우 현행 30층에서 16층 이상으로 낮추는 방안을 고려중이라는 것이다.

건물 내부의 스프링클러도 현행 11층 이상에서 5-6층으로 낮추는 한편,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콘크리트 벽에 스티로폼 단열재 마감)”공법에 단연의 기준을 추가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라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제도 개선안이 기존 건물에는 적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존 건물에 소급해 적용할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현실적으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건물의 마감재를 완전히 교체하거나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2009년 이후 인허가를 받은 36만여 가구에 이르는 도시형 생활주택의 안전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이는 셈이다. 이에 따라 법을 개정해서라도 10층까지라고 되어 있는 완강기와 같은 대피 장비를 기존 건물에 설치해주는 방안은 물론 외부계단이나 드린처(건물 외벽에서 물을 뿌리는 설비)를 설치하는 등의 보완책도 제시되고 있다.

이번 사고에서도 그러났듯이 골목길 소방차 진입로 확보 문제는 해묵은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모든 문제점을 검토해서 의정부 화재와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차제에 아파트, 오피스텔을 비롯해 전국 가구수의 70%(2011년 자료)가 넘는 공동주택 주민들도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겠다.

의정부에 이어 양주의 아파트에서 2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화재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정부의 대책과는 별도로 주민들의 주의 환기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