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싸우는 정치는 지겹다.

 

나 경 택 칭찬합시다중앙회 회장 본지 논설고문
나 경 택
칭찬합시다중앙회 회장
본지 논설고문

20대 국회 이뜰 째 대정부 질문에서 질문자로 나선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과 의원석에 앉아 있던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간 끝에 질문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김 의원이 황교안 총리를 상대로 현 정부의 지역 편중 인사에 대해 질문하던 도중 새누리당 의원들이 항의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부하냐”고 소리를 질렀다.

김 의원은 대전 지역구인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을 거명하며 “대전 시민들은 어떻게 저런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아 놨느냐”라고 까지 했다.

야당 의원이 정부 인사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생각이 다르다고 그 의원을 선출한 지역민까지 모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중단된 질문은 국민의당 측의 사과로 몇 시간 뒤 가까스로 재개됐다. 

국회에서 이정도 고성이 오가고 회의가 중단되는 것은 최루탄과 해머가지 등장했던 우리 국회 수준을 감안하면 별일이 아니다.고 생각할 수 도 있다.

그러나 정치권 모두가 막말과 저주 정치를 그만두고 협치를 하라는 게 20대 총선 민심이라고 해 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혹시 하는 기대를 가졌으나 며칠도 안 돼 무너져 버렸다.   이대로 두면 앞으로 4년도 과거와 똑같이 흘러 갈 것이다.

국회 대정부 질문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 최소한의 정치 언로로 중요한 기능을 했다.   국민들이 대정부 질문을 들으며 후련해하는 순기능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엔 점차 무책임한 폭로와 일방적 비난, 자기 자랑의 무대로 변질돼 온 것이 사실이다.

각 당이 대정부 질문에 상대 당을 공격하는 “저격수”를 배치하는 등 작전을 짜는 지경이다.   정부 정책을 묻고 따지는 대정부 질문이 아니라 대표적인 정쟁무대로 바뀐지는 이미 오래다.

이런 대정부 질문이라면 차라리 폐지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 정치권 내부에서 나온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17대 국회 때인 2004년에는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대표가 정권이 바뀐 2010년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정치 폭로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똑같은 이유를 들어 폐지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미 시대적 효용을 잃었을 뿐 아니라 없애는 쪽이 오히려 정치를 순조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정치인들도 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최근 드러난 국회의원들의 갑질 행태는 그들 의식 속에 사익 추구와 도덕적 해이가 깊숙이 뿌리박고 있음을 보여줬다.

갖가지 행태의 보좌관 비리도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비상한 대책이 필요 해 보이지만 그 길이 멀리 있는 게 아니다,

페기 된 김영란법의 ‘이해 충돌 방지’ 조항을 되살리는 방법이 있다.   ‘이해 충돌 방지’조항은 애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던 김영란법 원안에 포함 돼 있었지만 작년 3월 국회 정리 과정에서 통째로 잘려 나갔다.

공직자가 4촌 이내 친족과 관련된 직무를 맡지 못하도록 하고 고위 공직자 가족의 공공기관 산하기관 특채를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제반 내용만 10조항으로 이뤄졌다.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같은 선출직 공직자까지 적용대상이었다.

국회의원의 업무 범위는 다른 공직자들에 비해 포괄적이다.   원안대로 통과됐다면 의원들이 지역구 건설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거나 조언을 해주는 행위도 불법이 된다.   의원 가족은 훨씬 더 많은 공공기관에 대해 수의 계약을 제한받게 된다.

국회의원들 갑질의 상당수가 불가능해지고 이걸 어겼다간 처벌 받는다.

그러나 여야는 ‘이해충돌방지’조항을 몽땅 삭제한 반쪽짜리 김영란법 수정안을 통과시켜 올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새누리당, 더민주 두 당은 작년에 김영란법 협상을 진행하면서 국회의원들에게 유리한 조항만 슬쩍 키워 넣었다.   부정 청탁의 예외 조항에 “국회의원의 민원 전달 행위”를 집어넣은 것이다,

국민은 지금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여야 특권 버리기 경쟁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