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추세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 출생아 수가 사상 처음 40만 명 아래로 떨어지고, 출산율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는 35만7700명으로 전년(40만6200명)보다 11.9%(4만8500명) 감소했다. 출생아가 40만 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2001년 신생아 수가 55만 명 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17년 만에 무려 20만 명이 준 셈이다. 15세부터 49세까지의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합계출산율)도 1.05명으로 역대 최저다.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돼야 기존 인구를 유지할 수 있다.
저출산 문제는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1.3명 미만이면 초저출산국으로 분류된다. 이런 추세로 가다간 불과 5~6년 안에 신생아 수 20만명대 시대로 진입하게 되고, 2030년 전후로 봤던 총인구 감소 시점도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돼 국가적 재앙이 눈앞에 닥치게 된다.
저출산은 생산인력의 감소로 이어져 경제를 위축시키고 병행되는 고령화에 따른 의료, 연금 비용 급증으로 엄청난 사회적 충격을 불러온다. 이미 지난해 고령사회에 접어든 상태에서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생산가능인구의 사회적 비용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처음 저출산 예산을 마련한 2006년 이후 지난해까지 약 1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저출산 대책에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은 계속 하락했다. 아동 보육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 지금의 정책만으론 저출산의 원인인 젊은 세대의 결혼 기피 흐름을 막는 데 역부족인 상황임을 직시해야 한다.
실질적인 육아휴직·유연근무제를 통한 남성 육아 참여 활성화 등 사회시스템 자체도 바꿔야 한다. 저출산 현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2028년부터는 총인구 감소도 시작될 전망이다. 사회의 안정적 성장을 저해하는 가장 큰 문제가 저출산이란 점에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출산 기피 풍조의 근저에는 높은 청년실업률, 낮은 여성고용률, 높은 주거비와 사교육비, 세계 최장 근로시간,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직장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 사회를 일과 생활의 균형이 가능한 구조로 바꾸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젊은층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육아·보육비뿐 아니라 극심한 취업난과 천정부지로 치솟는 주거비, 사교육비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요인 탓이 크다. 역동적인 사회로 만들려면 일자리와 주택, 교육, 양육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출산 주체인 여성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도 일과 삶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저출산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정부는 긴 안목에서 임신과 출산, 양육을 가로막는 우리 사회의 틀과 인식을 바꾸는데 주력하며 저출산 현안을 풀어나가야 한다.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게 근본 처방이다.